[특파원코너] 순망치한 (脣亡齒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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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양시는 중국 동북지방의 대표적인 공업도시다.
이곳에서 수출을 가장 많이하는 기업은 삼보컴퓨터 현지법인이다.
올 1~2월 수출이 7121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3% 정도 줄었지만 여전히 1위를 고수했다는 게 중국 언론의 전언이다.
삼보컴퓨터와 LG전자의 선양법인 2개사의 수출 규모는 지난해 9억달러에 달해 선양시 전체 수출의 36%를 차지했다.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선양시 위원회가 최근 10대 걸출 청년기업가를 선정하기 위해 뽑은 20명의 후보 가운데 들어간 유일한 외국인이 삼보컴퓨터 선양법인을 책임지고 있는 김규태 총경리다.
삼보는 때문에 선양 젊은이들이 다니고 싶어하는 최고의 직장으로 꼽혀왔다.
지난해에는 연구센터까지 준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보컴퓨터 선양법인에 근무하는 1200여명의 중국인 노동자들은 지난 19일부터 강제휴가를 보내고 있다.
삼보컴퓨터 한국 본사가 법정관리 신청을 한 여파로 하루아침에 실업자로 내몰릴 신세에 처한 것이다.
한 달에 250위안(약 3만1250원)을 받는 게 그나마 위안이다.
충격을 받은 건 노동자뿐이 아니다.
선양시 정부는 당장 수출 타격을 걱정하고 있다.
현지 진출 한국기업인들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현지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한 기업인은 "삼보 현지법인이 수출입 가격을 조작하는 식으로 자금난을 겪은 한국 본사에 과다 송금했을 것이라는 소문과 이를 빌미로 한국기업 전체로 세무조사의 불똥이 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우려 자체가 현지 진출 한국기업들이 떳떳하지 못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물론 한국자본 유치에 적극적인 선양시가 급작스런 태도변화를 취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느긋할 일만도 아니다.
중국 정부는 외자기업의 탈세가 매년 300억위안(약 3조7500억원)에 이른다며 이전가격 조사 등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삼보 사례는 수교 13년을 맞이한 중국과 한국이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린다)의 관계에 접어들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