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개방을 통해 이뤄낸 중국의 고속 성장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상존하고 있다. '중국 위협론''중국 붕괴론''중국 무용론' 등과 같은 국제 사회의 평가가 있는가 하면 '책임감 있는 대국(負責任的大國)''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화평굴기(和平山屈起)''부국강병' 등과 같은 중국의 화답 혹은 대자(對自)적 규정이 있다.


이처럼 중국의 부상에 대한 평가는 매우 상이하다. 중국은 1840년대 이후 근세까지 동아시아의 병부(兵符)로 만족해야만 했다. 그렇지만 과거 오랜 세월 동안 아시아의 강대국으로 군림했고 선진 문명국으로 전세계를 이끄는 주도적 역할을 한 시기도 있었다.


따라서 중국의 입장에서는 놀랄 만한 경제 발전에 따라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는 것은 잃어버린 지위를 회복하는 것과 같이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중국의 세계전략'(예쯔청 지음,이우재 옮김,21세기북스)은 이러한 중국인의 입장을 잘 담아내고 있다. '중국 위협론'이 중국의 미래에 대한 국외자의 우려를 담고 있는 데 반해 이 책은 중국의 미래상을 위한 국내자의 제언이다.


베이징대 교수인 저자의 대전제는 중국의 국가 목표가 '세계 대국'이라는 것이다. 그는 중국이 역사적으로 '세계 대국'이 될 수 있었던 두 번의 기회를 놓쳤는데 지금이 바로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결정적 기회이기 때문에 외교 전략의 활용이 관건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국가적 목표 달성을 위해 선택 가능한 다양한 전략을 소개하고 분석한다.


경제 부강의 길,제도 혁신의 길,강대국과의 협력의 길,평화 애호의 길,주변 국가와 공동 안보를 추구하는 길,공동 번영 추구의 길 등은 중국이 세계 대국으로 가는 길인 동시에 가장 근본적인 전략으로 그가 제시하는 관점이다. 또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을 견지하기보다는 자신감 있고 포용력을 겸비한 유소작위(有所作爲) 전략 추구,서구식 민주주의도 동아시아의 민주 모델도 아닌 중국 특유의 민주모델 추구,다극화 실현을 위한 미국 및 기타 강대국과의 관계 유지를 강조하면서 주변 국가에 대해 '서쪽을 안정시키고,북쪽을 의지하며,동남쪽을 다투는' 지정학적 전략 추구 등은 그가 제시한 중국 세계 전략이라는 큰 그림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중국이 '세계 대국'이 될 수 있을지의 관건은 어떤 전략을 선택하느냐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전략의 선택은 심리 상태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근대로부터 물려받은 피해의식을 극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그는 '부상하는 세계 대국으로서 중국은 한당(漢唐) 시기의 자신감과 개방 심리 및 여유로운 태도를 회복해야만 더 빠르게 진정한 세계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정상 국가적 심리 상태를 빠른 시기에 회복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구소련을 연구했던 저자에게 소련의 쇠망과 그로부터 얻은 교훈이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정책 조언을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696쪽,5만원.


김애경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