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입양된 어린이들은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놀랍도록 높은 적응력을 보이며 국내 입양아들보다 오히려 더 문제가 적다는 연구 결과가 25일 발간된 미국의학협회지(JAMA) 최신호에 발표됐다.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의 페미 유퍼와 미리누스 반 이젠도른 등 연구진은 지난 50여년간 미국과 캐나다, 유럽, 호주, 뉴질랜드 및 이스라엘에서 실시된 137건의 입양아 관련 연구를 분석한 결과 입양아들은 비입양아에 비해 공격성과 불안감이 약간 높을 뿐 행동상의 문제는 비교적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들의 연구에는 1950년부터 2005년 사이에 입양된 3만여명과 비입양아 10만여명의 자료가 사용됐다. 분석 결과 입양된 어린이들은 입양된 나라가 어딘지에 상관없이 대체로 비입양아들에 비해 행동상의 문제를 비교적 많이 드러냈지만 연구진은 이같은 현상은 두 그룹 모두 결손가정이나 박탈감을 많이 겪는 요즘 추세로 볼 때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해외 입양아들이 유기나 부모 사별, 가정분쟁 등 충격적인 경험을 했기 때문에 다루기 어렵고 파괴적인 성격을 갖게 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통념은 조사 결과와 들어맞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해외 입양에 보다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대부분의 해외 입양아들은 입양 전 불충분한 진료와 영양부족, 어머니와의 이별, 보육시설에서의 방치와 학대 등을 경험한다"고 지적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어린이들은 입양 후 매우 적응을 잘 해 곧 비입양아들을 따라 잡게 된다고 설명했다. JAMA는 사설을 통해 심하게 비뚤어진 해외입양아들에 관한 선정적인 보도가 횡행하고 있으며 이런 보도들이 이들에 관한 일반의 관념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터프츠-뉴잉글랜드 메디컬 센터의 로리 밀러 박사는 사설을 통해 미국에서는 1989년 이래 지금까지 23만명의 어린이가 해외로부터 입양됐다며 지난 50여년 사이에 입양에 관한 인식이 "부끄러운 비밀"에서 떳떳하게 자랑할만한 일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연구 대상 어린이들은 대체로 행동상의 문제점이 비교적 드물었으나 해외 입양아들은 비입양아에 비해 행동상 문제점이 20% 정도 많았고 불안감이나 소극성을 보이는 경우는 일반에 비해 10% 정도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들은 비입양아에 비해 정신과 치료를 두 배 정도 많이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국내 입양아들은 정신과 치료를 받은 비율이 비입양아에 비해 4배, 해외 입양아에 비해 2배나 됐고 행동상의 문제는 비입양아에 비해 60%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밴더빌트 대학 해외 입양 클리닉의 그레고리 플레몬스 박사는 자녀를 입양하는 부모들은 사회적 성취도가 높고 부유한 편이라 카운슬링과 같은 서비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또 국내 입양아들은 입양 전 여러 위탁가정을 전전하느라 불안감을 겪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추측했다. (시카고 A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