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장금리(국채 3년물 기준)가 지난 18일 이후 나흘째 국내 시장금리를 웃돌기 시작,한.미 간 시장금리 역전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리역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그에 따른 대규모 자본 이탈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추가적인 기준 금리 인상으로 금리 역전 폭이 확대되고,원화까지 약세로 돌아서면 외국인 투자자금의 대규모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란 의견이 적지 않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금리 역전으로 자본이탈이 일어날 경우 국내 주가가 급락하고 시중금리는 급등해 경기회복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최근에는 이런 비관적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나흘째 금리 역전 채권시장에 따르면 지난 18일 미국의 시장금리는 연 3.68%를 기록,같은 날 3.67%를 기록한 한국의 시장금리(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를 0.01%포인트 웃돌았다. 이후에도 미국의 시장금리는 꾸준히 상승,23일까지 금리 역전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일에는 한.미 간 금리격차가 0.1%포인트(미국 연 3.76%,한국 연 3.66%)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5년만기 국채 수익률도 19,20일 이틀간 미국이 한국을 0.03∼0.04%포인트 정도 웃돌았다. 미국 금리가 나흘째 국내 시장금리를 웃도는 것은 이례적인 현상으로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최석원 한화증권 채권분석팀장은 "한국 금리는 경기회복 지연으로 당분간 하락세를 보일 전망이지만,미국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앞으로도 계속 상승세를 보일 것이란 게 문제"라고 분석했다. 최 팀장은 "미국이 6월 말로 예정돼 있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또 한 번 기준금리를 올리면 금리 역전 폭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별 영향없다' vs. '경기회복에 부담' 한은 채권시장팀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다소 역전되더라도 해외 채권투자에 따른 헤징(hedging.위험회피) 비용 등을 감안하면 국내 자금의 해외 이탈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경부 관계자도 "외국인들의 국내 채권시장 투자금액이 지난 3월 말 현재 4조2000억원(주식시장 투자금액 약 193조원)으로 워낙 적어 외국인 투자자금의 해외 이탈도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내 채권시장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투자자금 대부분이 환차익을 노린 것이기 때문에 원화 강세(달러 약세)가 지속되는 한 시장금리 역전으로 자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일부지만 비관적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 선임연구원은 "최근 주식과 부동산 등 국내 투자수익률이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수익 자금운용처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일부 계층의 해외투자가 늘고,여기에 나머지 계층의 '떼거리 행동'마저 결합될 경우 단기간에 해외 투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최 팀장은 "한.미 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위안화 절상 불확실성이 해소돼 원화가 약세로 돌아서면 국내 채권시장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자금들이 급격하게 빠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