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파친코업계 대부로 불리는 한창우 마루한 회장(74)이 일본 내 억만장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어판 포브스지는 24일 발매한 최신호를 통해 일본의 억만장자 24명을 발표했다. 기준은 순자산 1200억엔(약 1조2000억원) 이상되는 부자로 지난해보다 두 명이 늘어났다.


이 가운데 한국계로는 일본 내 정보기술(IT) 업계 선구자로 꼽히는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사장이 순자산 4730억엔으로 8위를 차지한 데 이어 한 회장은 1210억엔으로 24위에 랭크됐다.


올해 처음으로 억만장자로 소개된 한 회장은 경상남도 출신으로 15세에 무일푼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1948년 호세이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했으나 2차대전 직후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자 친척이 경영하던 파친코 가게 일을 도와주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 그후 67년에는 볼링장 사업에 손을 대 한때 많은 돈을 벌기도 했으나 볼링 붐이 시들해지면서 큰 빚을 지고 실패하고 말았다.


"당시 빚은 많고 돈을 갚을 대책도 없어 날마다 자살할 생각만 했다"는 한 회장은 "여섯 명의 자식 얼굴이 눈에 아른거려 자살을 포기한 뒤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 회장은 자신을 믿고 자금을 빌려준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교토와 효고현에서 파친코 사업을 다시 벌여 재기에 성공했다. 현재 마루한은 전국에 170개 점포망을 보유해 업계 1위로 군림하고 있다.


마루한은 경쟁사보다 한 발짝 앞선 지난 90년대 초부터 교외형 점포로 눈을 돌려 성공을 거뒀다. 대도시 주변에 널찍한 땅을 확보,주차장과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점포를 만들어 고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또 건물 신축과 운영 비용을 줄여 담배를 무료로 주거나,샤워시설을 설치하는 등의 서비스로 승부를 걸었다. 영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그의 아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계속 내 서비스 차별화로 대성공을 거뒀다는 게 한 회장의 설명이다. 한 회장의 취미는 클래식 음악감상이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