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우 부회장은 늘 ‘뚱뚱한 고양이론’을 강조한다.눈앞의 기름진 음식만 즐기다가 뚱뚱해진 고양이는 민첩성이 떨어져 쥐를 잡지 못한다는 것.1996년 반도체 LCD(액정표시장치)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솔루션네트웍스’ 담당 사장에 취임한 이후 내부에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처음 이 이론을 제창했다.


회사가 뚱뚱한 고양이 같은 조직이 되면 제품개발이 지연되고 고객대응은 늦어지고 생산납기도 지키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나 “요즘 삼성전자는 어떤 고양이에 비유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이 부회장은 “덩치가 커졌지만 살이 찌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나름대로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는 것.하지만 그는 “잘 나간다고 조금만 방심하면 금방 뚱뚱해질 수 있다”며 “이건희 회장이 계속 위기의식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점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술 비전을 설명해 달라.


"8대 성장엔진을 중심으로 첨단 기술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지금까지 성장을 견인한 사업이 메모리반도체 LCD 디지털TV 휴대폰 등이었다면 앞으로는 시스템LSI 프린터 웰빙가전 스토리지 등이 새로운 축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삼성은 이에 따라 오는 2010년까지 디지털TV CIS(CMOS이미지센서) 모바일CPU MCP(멀티칩패키지) 칩카드IC 옵티컬시스템온칩(SoC) 등의 품목에 대해 세계 1위를 달성키로 했다. 현재 9개인 1위 제품이 5년뒤 20개로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특허 지급료가 1조3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기술 경영을 확대하는 데 있어 특허 등 지식재산권의 가치는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미국 특허청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등록 순위는 계속 상승하고 있지만 일본 캐논의 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허기술 개발과 등록을 늘리기 위해 변호사 변리사 등 관련 인력을 두 배로 확충하고 양보다는 질 좋은 유료 특허를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이 부회장은 또 지난해 말 소니와 크로스 라이선스(특허 상호사용) 계약을 체결했던 것처럼 IT(정보기술) 분야의 어떤 업체들과도 기술 제휴를 맺을 용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특허 지급료를 대폭 낮추고 보다 용이하게 첨단 기술을 습득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세계 IT업계는 기술 표준을 놓고 주도권 다툼이 치열한데 어떤 전략을 갖고 있나.


"표준화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통신 분야에서 주도권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각종 글로벌 회의에 적극 참여해 우리가 제안한 기술방식이 4세대 휴대폰의 표준이 되도록 선행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생각이다."


-'5년,10년 후에 먹고 살 거리'를 일컫는 차세대 신수종 사업은 어떤 것이 있나.


"연료전지 사업이 유망할 것으로 본다. 고유가와 지구 온난화 등으로 전지 시장의 잠재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삼성종합기술원이 가정용-모바일용으로 나눠 막바지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좋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과의 상생 경영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은 금형 디자인 쇄신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좋은 디자인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금형기술 경쟁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금형 협력업체에 대한 기술 지원을 위해 3차원 설계 기술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비록 협력사가 아니더라도 전국의 모든 중소기업들에 금형설계 도면을 무상으로 지원해줄 계획이다. 물론 모든 개발 비용은 삼성전자가 부담한다."


-최근 연구직 인력이 2만7000명으로 불어났는데 회사 전체 인력(6만2000명)에 비해 너무 과도한 수준 아닌가.


"그렇지 않다. 삼성전자는 중·장기적으로 생산보다는 연구개발(R&D) 중심의 회사로 성장한다는 전략을 수립해놓고 있다. 이들에 대한 직제 승진 보수 등 인사시스템도 별도로 정비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인사시스템은 이미 일반직과 연구직으로 나뉘어 있지만 이 부회장의 얘기는 연구직의 특성을 대폭 가미한 새로운 인사제도 도입을 모색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글=조일훈·김형호 사진=허문찬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