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10년후 '당뇨대란' 예고 ‥ 혈당관리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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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이 21세기 문명생활병으로 창궐할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30년 전만 해도 100명중 1명 꼴이었던 성인 당뇨병 환자가 최근 10명중 1명꼴로 불어나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국내 당뇨병 환자가 2003년 401만명(전체인구의 8.4%)에 달했을 뿐만 아니라 매년 50만명씩 신규환자가 급증하는 추세여서 2015년엔 553만명, 2030년엔 722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학회는 이같은 추세를 방치할 경우 향후 10년 이내에 전국민의 4분의 1이 당뇨병으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는 '당뇨대란'이 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당뇨대란이 현실화된다면 연간 1조 3000억원에 이르는 의료비가 지출되고 노동력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돼 각 가정과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학회는 당뇨환자 후보군이라 할 수 있는 '당뇨병 전 단계'에 해당하는 사람을 잘 관리해 본격적인 당뇨병에 걸리지 않도록 차단하는게 급선무라고 강조하고 있다.
당뇨병 전 단계란 공복혈당치가 111∼125mg/dl에 해당되는 것으로 정상치 (70∼110mg/dl)보다는 높고 당뇨병 진단 기준 (126mg/dl 이상)보다는 낮은 상태다.
당뇨병 전 단계인 사람은 대부분 10년 내에 제2형 당뇨병(인슐린 비의존형)으로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2형 당뇨병이란 혈 중 인슐린 양이 정상치보다 다소 부족할 뿐인데 인슐린의 효율이 낮아 세포 단위에서 혈당을 연소시켜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능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인슐린 저항성)를 말한다.
다시 말해 많은 양의 인슐린이 들어가야 혈당을 분해시킬수 있는 비효율적 상태가 되고 그러다보니 인슐린을 만들어내는 췌장 베타세포가 지치고 망가져서 회복 불능의 지경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당뇨병 전 단계인 사람들은 혈당치가 정상인 사람에 비해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1.5배 더 높다는 연구결과다.
당뇨로 인해 혈관이 망가지고 노폐물이 끼면 심혈관에도 여파가 미친다는 얘기다.
게다가 미국당뇨병학회는 지난해 정상 공복혈당수치 상한선을 110mg/dl 이하에서 100mg/dl 이하로 낮췄다.
1997년 당뇨병 환자 진단기준이 140mg/dl 이상에서 126mg/dl 이상으로 낮춰진 지 7년만에 보다 엄격한 혈당관리 지침을 내린 것이다.
이 기준에 따라 2003년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종합검진센터에서 검진받은 성인 5만9174명(남 3만7449명, 여 2만1725명)의 공복 혈당 수치를 재분류한 결과 50대 이상 성인 남자의 경우 30% 이상, 여자는 20% 이상이 당뇨병 전 단계로 진단됐다.
남녀 모두 연령이 증가할수록 당뇨병과 당뇨병 전단계의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으나 남자가 여자보다 당뇨병이 더 일찍 발병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당뇨병 전 단계에 해당하는 사람은 이를 인지하는 순간부터 식사요법 운동요법 등으로 체중을 줄이고 생활습관을 교정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미국에서 당뇨병 전 단계에 해당하는 3234명을 대상으로 생활습관교정 프로그램을 실시했더니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당뇨병 발생률이 58%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생활습관 교정 프로그램은 다름 아닌 하루 열량을 1500㎉ 정도 섭취하고 1주일에 3∼4회 중등도의 운동을 통해 6개월에 7kg의 체중을 뺀 뒤 4년 이상 유지하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이런 프로그램은 식사량을 대폭 줄여야 하는 부담 때문에 실천하기 힘든게 현실이다.
따라서 먹는 당뇨병치료제나 인슐린 주사의 도움을 받으면서 생활요법을 실천해나가야 당뇨병이 악화돼 합병증까지 나타나는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우정택 교수 <경희대의료원 내분비내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