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하던 배우가 된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인데, 중학생 때부터 좋아하던 우상과 같이 연기를 했으니 운이 좋아도 보통 좋은 게 아닌 것 같다. 신인 배우 김지석(24)이 10여 년 '짝사랑'해오던 배우 박진희와 영화 '연애술사' 에 나란히 출연하는 행운을 잡았다. 그는 '연애술사'에서 미술교사 박진희를 흠모하 는 '날라리' 고등학생으로 출연했다. 눈에 띄는 조연. "진짜 어렸을 때부터 이상형이 박진희 누나였다. 진희 누나가 영화의 주인공이 라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고 처음 만나러 가는 날 무척 떨렸다.실제로 만나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예쁘고 착했다." 이 대목에서 눈에 하트가 그려지는 것을 보니 진심인 듯했다. "극중 진희 누나 앞에서 부끄러워하거나 좋아하는 표정을 지을 때 연기가 필요 없었다. 진희 누나가 NG 날 때마다 미안하다며 안아줘서 너무 좋았다." 김지석은 한국외국어대 독어교육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다. 대부분의 신세대 연예인들이 대학에서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인 것과는 차별점을 이룬다. 독어 '교육학과'인 까닭에 그는 졸업을 위해 다음달 교생 실습도 나간다. "중1 때 가족들과 함께 영국으로 이민을 갔다가 고3 때 돌아왔다. 영어는 웬만큼 한다는 자만심에 대학 전공을 선택할 때 독어를 골랐다. 그런데 독어는 독어대로 어렵고 영어는 영어대로 공부를 안 해서 지금은 이도저도 아니게 됐다"며 '순진하게' 웃는 김지석의 얼굴에서 오염되지 않고 모나지 않았을 성장과정이 느껴졌다. 182㎝, 또렷한 이목구비의 타고난 외모 덕에 그는 길거리 캐스팅으로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런데 출발은 연기가 아닌 가수였다. 2001년 반짝 등장했다 사라 진 5인조 그룹 '리오'의 래퍼였던 것. "대학에 입학한 후 길 가다가 '가수 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무척 많이 받았다. 지금 생각하면 참 엉성한 출발이었지만 당시만 해도 최고의 래퍼가 될 꿈을 꿨다. 그러나 1집을 내고 6개월 활동하다 팀이 해체됐다." 우연한 기회에 배우 류승수를 알게 되면서 연기에 눈을 돌린 김지석은 MBC 일요 시트콤 '아가씨와 아줌마 사이'와 가수 김형중의 뮤직비디오 '그녀가 웃잖아'에 얼 굴을 내밀며 연기자로 변신했다. 양조위, 서기 주연의 홍콩 액션영화 '서울공략'에 보디가드 역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류)승수 형한테 2년 간 지도를 받았다. 배우의 '기다리는 삶'에 대해 많이 배 웠다. 배우는 결코 짧은 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가수로 출발하긴 했지만 영국에서 학교 다닐 때 연기과목을 이수하는 등 스스로 '준비된' 연기자라 말하는 김지석은 "지금 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조건 좋다" 며 활짝 웃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