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비교적 차갑게 시작된 칸 영화제가 중반으로 치달으며 점점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한국 작품 중 유일하게 장편 경쟁부문에 초청된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이 19일(현지시간) 상영을 앞두고 있다. 개막을 얼마 전에 갑작스럽게 초청이 확정된 '극장전'은 보통 세 차례 상영되는 경쟁부문의 다른 영화들과 달리 이날 한 차례만 주상영관에서 관객을 만난다. 홍상수 감독과 함께 김상경, 엄지원, 이기우 등 영화제에 참석한 세 주연 배우들은 20일 열리는 기자회견에서 외신 기자들과 만난다. 18일 오전 현재 경쟁부문 21편 중 공식 시사회에서 선보인 영화는 모두 14편. '히든'(미하엘 하네케)를 제외하고는 비교적 관객의 '차가운' 반응이 대부분이었지만, 후반으로 향하며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현지의 평점에서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18일까지 가장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영화는 '히든'(Hidden)으로 현지 일일소식지 '스크린데일리'의 평론가 평점에서 평균 3.3점(4.0 만점)을 얻었으며 짐 자무시의 우울한 코미디 '브로큰 플라워즈'(Broken Flowers, 3.2점), 다르덴 형제의 '더 차일드'(The Child, 3.0점), 총에 의한 미국적 신화를 비판한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폭력의 역사'(The History of Vilolence, 2.8) 순으로 좋은 점수를 얻고 있다. 반면 대부분의 아시아 영화들은 그다지 좋지 못한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영화 '배싱'(고바야시 마사히로)과 이라크 쿠르드족 하이너 살림의 '킬로미터 제로', 홍콩 영화 '일렉션'(자니 토), 중국 6세대 감독 왕 샤오솨이의 '상하이 드림'은 평점 2점을 넘지 못했다. 이 중 그나마 주목을 받고 있는 영화는 '상하이 드림'. 60년대 하방(下枋)을 통해 농촌으로 간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직 경쟁작 7편의 상영이 남은 가운데 수상작을 점치기는 너무 이른 감이 없지 않다. '극장전'을 비롯해 빔 벤더스의 '돈 콤 녹킹'이나 아모스 지타이의 '프리 존', 허우샤오셴의 '쓰리 타임' 같은 기대작들의 상영이 아직 남아 있다. 한국 영화에 대한 높은 관심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한국 영화의 판매 소식도 연일 이어지고 있지만 영화제 마켓(MARCHE DU FILM)의 한국 부스는 눈에 띄게 한산한 모습이다. 한가함은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영화의 호황에서 기인한다. 미로비전의 채희승 대표는 "미국의 AFM이나 홍콩, 방콕 등에서 큰 계약이 많았기 때문에 오히려 칸 마켓에서의 '대박'은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영화 중 마켓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쪽은 주로 '어두운' 장르의 영화들이다. 각각 일본과 유럽 쪽에 판매된 안병기 감독의 '아파트'와 김용균 감독의 '분홍신'을 비롯해 영국, 스페인, 독일 등에 판매된 '레드 아이'는 모두 공포영화며 일본에 거액으로 팔린 '야수'나 영국(타르탄 필름)에 판매된 '혈의 누'도 느와르풍의 액션과 스릴러 물이다. 직접적인 수출 계약은 마켓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한류 스타들은 국제적 프로젝트로 현지를 찾으며 해외 스타로 거듭나고 있다. 각각 '무극'(천 카이거)과 '더 미스'(스탠리 통) 등 대형 프로젝트 영화의 홍보차 칸을 찾은 장동건과 김희선 등은 다른 다국적 스타들과 함께 영화제를 찾은 아시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직 상영이 남아 있는 '조금만 더'(심민영, 시네파운데이션), '망종'(장률, 비평가 주간, 한중합작)과 '극장전'(홍상수, 경쟁부문)을 비롯해 모두 8편이 초청된 올해 한국 영화는 아직까지는 칸에서 대단한 바람은 일으키지 못하고 있지만 여러 부문에서 다양한 영화들이 선보이고 있다. 영화제에 참석 중인 김홍준 리얼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이전처럼 한 개별 작품 중심이 아니라 다양한 영화들이 여러 섹션에서 선보이고 있어 한국 영화를 폭넓게 소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