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오후. 햇볕이 현기증 나도록 따갑다.


하얗게 부서지는 듯한 이팝나무 꽃과 붉은 백일홍 군락은 길을 따라 빛을 발한다.'끼익∼ 꾸루룩 꾸루룩'재두루미가 기지개 켜듯 커다란 날개를 펼치며 하늘로 날아 오른다.


지난 1969년 진주시를 관통해 흐르는 남강의 상류를 막아 만든 진양호.


지리산에서 내려온 경호강과 덕천강의 물줄기가 모이는 진양호는 인공호수임에도 불구하고 원시의 신비감을 간직하고 있다. 조각배처럼 수면에 떠있는 섬들과 물 밖으로 가지를 내민 버드나무의 어울림은 말 그대로 자연스럽다.


수천년전부터 이곳의 풍광이 그랬을 것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다.특히 새벽 물안개라도 피어나면 고즈넉한 정취는 절정을 이룬다.


진양호를 따라 달리는 43㎞의 순환도로 중 가장 경관이 아름다운 곳은 대평교에서 진수대교를 거쳐 수자원공사 남강취수장까지 연결되는 약7㎞ 구간.


대평교에서 진수대교 구간이 아기자기하고 평온한 느낌이라면 진수대교를 건너면서부터는 바다를 보는 듯 탁트인 물줄기가 눈을 끈다.


이 구간에서는 수초사이를 유유히 산책하는 재두루미와 백로 등을 쉽사리 만날 수 있다.


특히 겨울철이면 22종,1000여마리 이상의 철새가 모인단다.


이들 중에는 천연기념물 201호 큰고니,323호 황조롱이도 포함돼있다.


대평면 상촌리 '진주대평 정용균 정려비' 앞은 진양호를 거처로 삼고 있는 새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으로 이들을 관찰할 수 있는 조류전망대도 설치돼 있다.


진양호에서는 선사시대부터 전해온 역사의 숨결도 느낄 수 있다.


수몰 전 호수변에는 고인돌이 줄지어 있었단다.


또 전쟁의 흔적 등 수많은 원시부족의 자취들이 발견되기도 한다.


진양호는 해질녘 또한 아름답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진양호의 노을은 가히 환상적이다.


그림자가 깃드는 산 뒤로 떨어지던 해가 수면에 붉은 빛줄기를 던지면 광활한 호수는 금세 황금가루를 뿌린 듯 반짝인다.


가슴 깊은 곳에서 뭉클하는 움직임이 올라온다.


진주=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