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절상 임박‥ 후폭풍이 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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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최근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상 시점이 임박했다는 것을 전제로 몇개의 시나리오를 점검해 봤다. 5%,10%,20% 등의 절상 폭과 절상시점의 단계화 여부 등을 나눠 매출과 손익에 미치는 영향을 각각 따져본 것.
나영배 IR팀장은 분석 결과에 대해 "5% 절상시 매출은 1% 줄어들고 영업이익 감소율도 5% 미만에 그치는 것으로 나왔다"며 "중국으로의 본사 수출증대 효과가 중국 현지법인의 제 3국 수출감소 효과를 상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5% 정도의 평가절상은 당장 큰 걱정거리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LG전자가 안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재무담당 최고경영자(CFO)인 권영수 부사장은 "시기나 폭보다는 위안화 평가절상 이후가 더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한번의 절상으로 그동안의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긍정적인 측면이 있겠지만 요즘 국제 금융시장의 흐름은 정말 예측하기 어렵다"며 "미국과 중국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너럴모터스(GM) 쇼크' 같은 악재까지 터져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부분의 기업들은 평가절상의 '후폭풍'을 크게 걱정하고 있다. 위안화의 평가절상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 통화가치의 동반 상승을 야기해 가뜩이나 낮은 환율을 더욱 떨어뜨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다.
삼성은 올해 경영 시나리오를 짜면서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이 단기적으로 920원선까지 떨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된다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대,경상수지 흑자는 5억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전자만 해도 지난 1분기 중 전년 동기 대비 10% 정도의 환율 하락으로 인해 9000억원 상당의 영업이익 손실을 입었다고 발표했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 급락으로 수출채산성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중국경기의 거품이 꺼지면서 중국 내 수요가 급감할 경우 중국 현지 사업장의 매출이 줄어들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중국에 대규모 사업장을 두고 있는 기업들은 사업구조 재편을 포함한 비상경영 계획을 수립하는 데 나섰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달 초 월례사를 통해 "달러당 900원의 환율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원가절감과 함께 주력 제품들의 제값 받기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기업들은 특히 지난 1995년 일본 기업들이 사상 유례없는 '엔고'시대를 맞이해 구조조정을 단행한 사례들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분위기다. 당시 일본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경영합리화를 추진하면서 달러화 약세를 활용해 생산기지를 해외로 대거 이동시키는 전략을 구사했다.
국내 기업들도 위안화 절상을 계기로 글로벌 전략을 재편하는 기회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우선 중국 일변도의 생산기지 구축에서 탈피해 글로벌 경영의 축을 인도나 브라질 등 신흥 거대시장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경우 국내 산업공동화 현상을 더욱 부추겨 내수경기 활성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부담이다.
기업들은 또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사업구조 고도화 전략을 더욱 앞당겨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전략도 단기적으로 추진하기는 어려운 여건이어서 환율 하락이 예상 외로 가파르게 진행될 경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