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 '장수기업' 그 비결은? .. '한국 최고의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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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년째 한국 최고의 등산화를 만들어온 '송림제화'.
세계 최초로 남·북극 도보탐험과 7대륙 최고봉 등정에 성공한 허영호씨 등 산악인들이 최고로 아끼는 신발의 명가. 독특한 밑바닥 처리와 뛰어난 방수성을 자랑하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신발'의 산실이다.
'고객 하나에 옷도 하나'라는 모토로 3대에 걸쳐 89년 동안 최고급 맞춤양복을 만들고 있는 '종로양복점'과 99년 전부터 가난한 사람들의 피부병을 놀라운 효과로 치료한 한국인의 신약 1호 '이명래고약'…. 이들은 모두 '한우물 경영'으로 성공한 토종 장수 기업이다.
신간 '한국 최고의 가게'(김용범·이기창 지음,흐름출판)는 이처럼 반세기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대를 이어 성장해온 '강소기업' 35곳을 통해 '집중경영' '진화경영' '명품경영' 등 8가지 지속가능 생존경영의 키워드를 조명한다.
전통의 계승과 변화를 통해 세계 속의 한복을 만드는 '보신&준',옛 주막에서 중견 토속음식점으로 탈바꿈한 '마방집',외국인의 입맛까지 잡는 56년 전통의 불고기 식당 '옥돌집',우리 맛의 세계화에 앞장선 '우래옥'은 뿌리와 가지를 조화시키는 '진화경영'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에 자부심을 걸었던 '18번 완당집'과 얼굴사진만을 고집해온 '김스튜디오',곰탕과 깍두기 하나로 60년째 사랑받는 '하동관' 등은 '집중경영'의 모범 케이스. 인삼 뿌리마다 신용과 양심을 담은 '송도삼업'과 100년 역사의 '광신당한약방' 등은 '신뢰경영'의 대표 브랜드다.
'문화경영'이라는 정신적 가치를 중시해 성공한 곳도 많다. 90년 된 붓의 명가 '구하산방'과 70년을 이어온 고서의 전당 '통문관',한국 영화사의 중심 '단성사',족보전문 출판사 '회상사'…. 그런가 하면 5대째 옹고집이 숨쉬는 '양협토기'와 120년의 장인명가 '박창영 갓방','목기 지산공예'와 '안성맞춤 유기공방' 등은 '명품경영'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다.
또 장욱진 화백의 부인으로부터 '동양서림'을 물려받은 최주보 대표와 단골의 인연으로 사장까지 된 유명 메밀국수집 '미진'의 이영주 사장 등은 '대물림 경영'의 산증인이다.
이들은 모두 '작지만 오래된 가게'의 8가지 성공비결을 가르쳐주는 주인공이다. 그 경영원리는 세계적인 중소기업의 성장패턴과 딱 닮았다. 땅덩어리가 작은 한국의 '강소국가'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대기업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최고의 성장엔진은 '명품정신'과 '대물림 단골'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기업의 역사가 오래된 서구와 일본에는 수백년 된 노포(老鋪)가 많다. 하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50년 이상 된 상장기업이 40개도 안 된다. 21세기 지구촌을 누빌 1000년 가업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늘푸른 장수기업'의 경영철학을 발견할 수 있다.
256쪽,1만3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