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유가등 대외변수 악화" .. 한발 후퇴한 한은 경기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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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 한국은행 총재의 국내 경기인식이 '낙관'에서 '비관'쪽으로 조금씩 후퇴하고 있다.
지난 3월 금융통화위원회 모임직후 "경기회복세가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고 자신했던 박 총재는 12일 "전체적으로 저성장세가 이어지면서 횡보하고 있는 모습"으로 현 상황을 진단했다.
향후 금리정책과 관련,박 총재는 '당분간 경기회복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운용할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한.미간 금리 역전으로 인한 자본유출 우려,부동산시장 과열 조짐에 대해서도 "콜 금리를 인상할 만큼 심각하지는 않다"고 반박했다.
○'외부환경 탓에 경기회복 지연'
박 총재는 경기회복이 늦어지는 주된 이유로 대외여건 악화를 지목했다. 무엇보다 미국의 지난 1.4분기 성장률(3.1%)이 기대에 못 미쳤고, 유로지역과 일본의 경제 회복세도 지연되는 등 세계 경제가 주춤하고 있다는 것.
이렇게 되면 한국의 수출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미약한 내수회복세로 경기를 견인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 또 고유가와 환율 하락(원화 강세)도 경기에는 불리한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박 총재는 그러나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는 국내 경제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위안화 평가절상에 따른 영향이 이미 국내 경제에 70∼80% 정도는 반영됐고 나머지는 한국 경제에 플러스 효과와 마이너스 효과가 반반"이라고 설명했다.
박 총재는 이같은 여건을 감안할 때 경기회복세가 가시화하려면 하반기 이후를 기다려봐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나마 '대외 여건이 크게 악화되지 않을 경우에 한해서'라는 단서를 달았다. 향후 환율이 더 떨어지고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경기가 작년처럼 반짝 회복세를 보이다 다시 둔화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당분간은 저금리 기조 유지할 듯
향후 콜금리 운용방향과 관련해서는 경기회복세가 본격화할 때까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했다.
지난 3월 "인내심을 갖고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며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내비쳤던 것과 비교하면 미묘한 차이가 있다. 경기회복 지연으로 금리인상 압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은이 금리결정시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물가압력도 현재로선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금리 조기 인상론자들의 주장에 대해 박 총재가 조목조목 반박 논리를 펼친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과거 사례에 비춰 한.미간 기준금리가 역전된다고 해서 시장금리까지 반드시 역전되는 것은 아니다"며 "설사 시장금리가 역전되더라도 그 폭이 크게 나타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시장금리가 역전돼 자본 유출이 일부 일어나더라도 달러 공급과잉으로 인한 환율하락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금리로 부동산 잡을 단계 아니다
박 총재는 부동산시장 과열에 대해 "부동산 가격을 잡는 데는 여러가지 정책 수단이 있으며 지금은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으로 대응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의 부동산 문제가 심상치 않다. 일부 지역의 아파트 및 토지가격 오름세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등 부동산 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의 강도는 지난달 보다 세졌다.
향후 부동산 시장 과열이 조세정책과 행정규제만으로 진정되지 않을 경우 콜 금리 인상을 전격적으로 단행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