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이 일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를 유예받은 사람 중 31.4%가 '노후 대비'용으로 종신보험 개인연금 등 민간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임시직 근로자와 자영업자 등 국민연금 지역가입자(60세 미만) 2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납부예외 및 체납 실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조사 결과 납부예외자(700명) 가운데 27%가 종신보험 상해보험 등 사보험에 가입해 돈을 내고 있었다.개인연금에 든 사람도 8.3%나 됐다.


보험료 체납자(500명) 가운데서도 각각 39%, 12%가 민간보험.개인연금을 들고 있었다.개인연금에 가입한 납부예외자와 체납자는 월 평균 보험료로 각각 13만원, 15만원씩을 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납부예외란 국민연금 가입자가 실직이나 휴직 등으로 소득이 줄거나 생계가 어려워졌을 때 일시적으로 보험료를 유예해 주는 제도다.지난 2월말 현재 납부예외자는 465만명으로 지역가입자(922만명)의 50.4%, 전체 가입자(1690만명)의 27.5%를 점하고 있다.납부 예외가 된 이유는 실직.퇴직이 73%로 대부분이고 주소지 불명(11.0%), 사업중단(9.4%), 기초생활곤란(3.3%)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이처럼 납부예외자나 체납자 중 상당수가 사적 연금.보험을 들고 있다는 것은 지역가입자 소득 파악에 허점이 있다는 증거이자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뿌리 깊다는 방증인 셈이다.


조사 결과 국민연금 지역가입자 가운데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고 있는 납부자의 경우 63.7%가 국민연금을 주요 노후대책 수단으로 제일 먼저 꼽았다.


반면 납부예외자(27%)와 체납자(39.2%)는 보험 가입을 첫손에 꼽았다.


이처럼 국민연금을 회피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직장 가입자를 비롯해 성실하게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에게 고스란히 불이익이 돌아가고 있다.국민연금 지급액을 정할 때 전체 가입자의 평균 소득도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지역 가입자는 자신이 신고한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내고 있어 소득을 낮추면 전체 평균소득이 적어지고 결국 향후 가입자 개개인이 받을 연금이 줄어든다.


또 국민연금은 소득재분배를 위해 소득이 낮을수록 수익비가 높아지게끔 설계돼 있다.따라서 연금보험료를 월급에서 원천징수당하는 직장 가입자나 성실하게 소득을 신고한 가입자들이 결과적으로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김성숙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입자 간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정부가 소득 파악을 강화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이번 조사는 중앙리서치에 의뢰해 1대1 개별면접으로 이뤄졌으며 95% 신뢰수준에 최대 허용오차는 ±2%포인트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