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천 < (주)코엑스 총괄전무·경영학 박사 > 지난달 29일 킨텍스(KINTEX)가 개장됐다. 이로써 창원과 광주의 전시장이 완공되는 올해 말엔 우리나라도 15만㎡가 넘는 전시시설을 갖게 돼 전시 및 컨벤션 산업의 도약을 위한 전기가 마련된 셈이다. 우리 경제가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과거 상품위주의 수출에서 벗어나 상품 수출과 서비스가 결합된 복합무역이 중요한 과제며,그 중 하나가 전시와 컨벤션이다. 이들 산업은 상품 수출 증대를 위한 '마당'으로서는 물론이고 국가이미지 제고와 함께 관광과 운송 분야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은 내수시장 규모가 작은 홍콩이나 싱가포르 경제가 선진국 수준에 올라 있는 걸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킨텍스 개관은 우리 경제계가 환영할 일이며,앞으로 서울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코엑스와의 효율적인 협력방안을 모색해 우리나라 전시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럼에도 킨텍스 개관 이후 마치 코엑스와 킨텍스가 상호 반목하거나 경쟁 구도인 것처럼 알려지고 있음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다. 우리나라의 전시회는 선진국과 비교하면 규모와 질적인 측면에서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킨텍스 개관 행사로 성황리에 개최된 모터쇼의 경우 상하이나 메세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전시면적이 5만3천㎡로 싱가포르의 국제섬유기기 박람회의 절반 수준이고,중국 광저우교역전의 6분의1,그리고 세계 최대 전자쇼인 세빗의 10분의1에 불과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킨텍스 개관 기념사에서 앞으로 전시산업을 우리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같은 정부의 목표가 달성되기 위해서는 전시회의 대형화와 국제화를 조속히 실천해야 하며 다음과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이 구축되는 것이 시급하다. 먼저 세계 최대 규모의 전시회 2∼3개를 전략 산업으로 선정하고 유치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은 산업을 전시육성 산업으로 지정하고 향후 5년간 민간이 주도가 돼 코엑스와 킨텍스에서 동시에 개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특히 전시회 기간 양 전시장을 셔틀버스를 통해 연결한다면 외국 바이어의 수는 물론이고 이들의 한국 내 체류일수도 크게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전시장간 과당경쟁도 지양해야 하고 전시장 운영도 선진화돼야 한다. 전시회 유치를 놓고 코엑스 대 킨텍스의 경쟁구도가 아닌 코엑스와 킨텍스가 상호 장점과 특성을 살려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킨텍스 개관행사로 열린 '아시아 CEO 포럼'에 참가했던 외국 참가자들이 한국보다 오히려 중국과 인도시장에 깊은 관심을 표시하는 것을 보면서 지금부터라도 코엑스와 킨텍스가 어느 라면 광고 카피처럼,'형님 먼저,아우 먼저'의 상생정신을 발휘하지 않으면 전시산업의 중흥은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