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4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전성태씨(36)가 두번째 소설집 '국경을 넘는 일'(창비)을 펴냈다.


토속적 언어와 해학적 문체로 소외된 농촌현실을 실감나게 드러내 보였던 첫 소설집 '매향' 이후 6년여 만이다.


이번 소설집에는 '사라져가는 공동체에 대한 비감을 넘어 좀더 다양한 세계를 보여주는'(문학평론가 서영인) 작품 8편이 실려 있다.


소설집 첫머리에 수록한 '존재의 숲'은 성대모사로 사람을 웃기는 게 직업인 개그맨이 중심인물이다.


'말의 묘미'를 좇지만 타인을 쉽게 웃기지 못해 고민인 이 개그맨은 작가 자신의 분신인 것처럼 읽혀진다.


개그맨이 웃음의 소재를 찾아 시골 외딴 골짜기로 들어간다는 설정속에서 환각과 실재가 시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펼쳐진다.


삶과 문학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표제작 '국경을…'에는 주인공 '박'이 캄보디아를 여행하고 육로를 이용해 태국으로 넘어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주인공은 어린아이의 호루라기 소리에 놀라 국경에 설치된 다리 위를 저도 모르게 뛴다.


소설에서 주인공이 겪는 소동은 '국경을 넘는 일은 죽음을 의미'하는 분단국가 사람의 무의식에 잠재된 공포심 때문이다.


'박'은 여행지에서 만난 일본 여자 '나오꼬'와 서로 끌리는 감정을 갖지만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을 확인한다.


표제작은 이처럼 분단 이데올로기,민족감정 등 국가적 문제나 당대의 집단적 무의식이 개인의 삶에 어떻게 끼어들고 그것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잘 보여준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