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와 완전히 다른 성격을 연기하려니 힘드네요. 털털하고 남자같은 성격인데 극중에서는 얄미운 공주병 역이에요." 13개월 만에 정통 드라마에 복귀한 탤런트 사강의 말이다. 작년 초 SBS '왕의 여자' 이후 휴식을 가졌던 사강은 SBS 금요드라마 '꽃보다 여자'(극본 허숙, 연출 배태섭ㆍ김정민)에서 '공주병 말기' 진세련 역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사실 진세련은 일반 여자 연기자가 소화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다. 잘난 척이 심하고 수다가 많다. 명품족에 엄청난 깍쟁이다. 여기에 자유로운 연애관을 갖고 있어 "이 남자다"라고 생각하면 곧바로 그 사람과 침실로 향한다. 시청자로부터 '욕 먹기에 딱'인 배역인 셈이다. "제 성격과는 맞지 않지만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진세련은 지기 싫어하고 스스로의 값어치를 높이기 위해 남자를 끌어들여요. 공주 같은 면도 있지만 그 속에 내재한 당당한 면을 강조할 생각입니다." 이어 사강은 "MBC '인어아가씨'에서는 정말 생각 없는 캐릭터를 맡았다. 극중 우희진 선배의 애인을 가로채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면서 "지금은 그때처럼 대책 없는 역은 아니다. 아픈 가족사 등으로 자기 방어 수단이 강해졌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시청자에게 이 점을 이해시키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이유 있는 악역, 공감 가는 악역이 되려고 애쓰겠다"고 덧붙였다. 또 진세련은 일찌감치 캐스팅된 한 여배우가 대본상의 노출 수위에 문제를 제기한 후 촬영 직전 하차한 역이다. 선뜻 맡기에는 꺼림칙할 수 있는 역인 셈. 이에 대해 사강은 "어차피 TV 드라마 상의 노출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제작진과 충분히 상의하고 조절하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라고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실제로 1, 2부의 애정신을 촬영할 때 제작진이 오히려 여러 장면에서 "야하다"고 먼저 수위를 낮췄다. 사강은 "1, 2부에서 이주현과 키스하는 장면이 극중에서 가장 야한 장면일 정도다. 베드신이라고 할 장면도 없었다. 아무 문제 없이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에서 사강은 톡톡 튀는 캐릭터를 연출하기 위해 매회 의상과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있다. 머리를 뒤로 묶기도 하고 파격적인 의상도 걸친다. 3,4부에서는 모자를 이용해 독특한 이미지를 선보이기도 했다. 사강은 '꽃보다 여자'에서 최명길, 우희진 등과 함께 20-30대 직장여성의 현실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남편과 별거한 채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을 꾸려가는 최명길, 선머슴같이 털털한 우희진과 연기 호흡을 맞추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