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1년 연체율 급등으로 시판 8개월만에 판매가 중단된‘대우·쌍용 오토론(이하 오토론)’으로 발생한 1200억원대에 이르는 손실 보상을 둘러싸고 국민은행과 수협간 법정싸움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이 소송에는 오토론의 최종 재보험사인 영국계 보험사가 개입하고 있어 국민은행과 영국계 보험사간 소송이라고 할 수 있다. 8일 서울중앙지법 등에 따르면 10여개의 재판부에 흩어져 있던 100여개의 오토론 소송이 경제사건 전담재판부에 재배당됐다. 또 오는 16일 해당 재판부 판사들이 이례적으로 이 사건 처리를 두고 집중토론을 벌이기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법원은 오는 7월까지 오토론 소송 수십건을 잇따라 판결할 예정이며 대법원도 기록 검토에 들어가 오토론에 대한 첫 확정판결 선고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사건 개요=국민은행은 지난 2001년 1월 대우와 쌍용차 구입 고객들에게 자동차를 담보로 최고 3000만원까지 빌려주는 오토론 상품을 시판했다. 이 상품은 간단한 서류만 준비하면 보증인 없이 자동차 할부대출이 가능해 8개월 만에 4700억원어치(3만419명)가 팔렸다. 하지만 노숙자나 범죄자들의 명의로도 대출이 이뤄지는 등 대출심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30%가 넘는 1200여억원(9302명)의 회수가 불가능해져 결국 그해 9월 판매가 중단됐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대출 손실금을 보상받기로 공제계약을 체결한 수협 측에 보험금 1200여억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수협은 "철저한 심사없이 마구잡이로 대출해준 국민은행의 책임이 크다"며 2001년 12월에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그러자 국민은행은 이듬해 1월 "수협은 최초 약정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공제금 지급 이행소송을 제기해 맞불 작전을 펼쳤다. 이런 식으로 현재까지 양측이 제기한 소송은 모두 156건(건당 40∼50명)에 이른다. ○국민은행과 영국 보험사간 싸움=겉으로는 국민은행과 수협간 분쟁으로 보인다. 하지만 깊숙이 들여다 보면 국민은행과 보험사,특히 영국계 보험사간 싸움이다. 수협은 오토론과 관련해 코리안리보험사에 재보험을 들었고 코리안리는 삼성화재에,삼성화재는 영국의 로열앤드선얼라이언스사(이하 로열사)와 재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보험계약에 따르면 로열사는 손실보상액의 70%,삼성화재와 코리안리는 각각 20%와 10%를 책임져야 한다. 로열사로서는 1200여억원이 걸려 있는 소송인 만큼 수협을 전면에 내세워 법정공방을 벌일 수밖에 없는 입장인 셈이다. 법원은 그동안 수협은 국민은행에 소송가액의 40∼60%를 보상하라고 판결해 왔다. 하지만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경제사건 전담재판부에 재배당함에 따라 앞으로 기존 판결과 전혀 다른 의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줄소송 예고=국민은행 측은 보험사들과 맺은 협약을 통해 대출했기 때문에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로열사와 수협 측은 국민은행이 신청자들의 신용을 보지 않고 대출을 마구 해줬기 때문에 전적으로 국민은행 책임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추가 소송을 준비 중이다. 대출금 연체자 중 담보물인 차량을 회수하지 못한 9302명 가운데 현재까지 6335명 분에 대해서만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국민은행에 일정비율의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보험사들간 법적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가장 많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로열사로서는 삼성화재와 코리안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수협은 오토론 상품을 최초 설계한 삼성화재에 대해 소송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