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대통령 전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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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서독의 뤼브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로 한 박정희 대통령은 난감했다. 서독까지 타고 갈 전용기는커녕 전세기조차도 여의치 않아서였다.
노스웨스트 항공사와 전세기 계약을 체결했으나,미국 정부가 박 대통령이 쿠데타로 집권했다 해서 계약을 취소토록 압력을 넣은 것이다. 결국 서독 정부가 국빈용 비행기를 주선해 가까스로 정상회담은 성사될 수 있었다.
한국은 10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대통령 전용기를 두 대 구입할 수 있었고, 현재 사용되고 있는 공군 1호기(에어 포스 원)는 1985년에 들어온 보잉 737기다.
그런데 이 비행기는 기체가 작고 다소 오래돼 가까운 일본이나 동남아 국가들을 방문할 때만 사용되고 유럽이나 미국 등 장거리 여행의 경우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의 '보잉 747' 기종 민간 여객기를 이용하곤 한다.
따라서 전세기의 의전명도 전용기와는 달라 '코드 원'으로 불린다.
대통령 전용기는 우리가 '에어 포스 원'이나 '웨스트 윙' 등의 영화에서 보듯 안전성과 보안이 생명이다.
어떠한 테러 공격에도 견디면서 아울러 도청을 방지할 수 있는 첨단 장비를 장착해야 하고, 본국과 교신하면서 집무할 수 있는 모든 시설을 갖추어야 함은 물론이다.
몇 년 전 중국 장쩌민 국가주석이 전용기로 사용하기 위해 도입한 보잉사의 비행기에서 도청장치 혐의가 드러나 미ㆍ중간 미묘한 갈등을 빚기도 했었다.
정부가 대통령 전용 헬기로 미국 시콜스키의 S92를 최종 선정했다는 소식이다.
최대 시속이 292km이며 적외선 방해장치,미사일 추적 방해장치,디지털 자동조종장치 등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가히 최첨단 기종이라 할 만한데 이 전용헬기 도입을 계기로 대통령 전용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국제 세일즈 맨으로 활동해야 하는 글로벌 시대에 전용기는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대통령 전용기라 해서 대통령만 타는 게 아니고, 미국처럼 국익을 위해 활동하는 요인들이 이용할 수 있다면 경제적으로도 크게 기여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앞으로 따져볼 일이지만,어쨌든 최신형 대통령 전용기를 얘기할 만큼 우리 국력이 신장된 것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