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개막식. 성화 봉송의 마지막 주자는 장애인 양궁선수였다. 그가 불화살을 쏘아 성화를 점화하자 관중들은 환호했다. 마치 로빈 후드의 화살이 상대의 화살을 쪼개고 교수대로부터 친구를 구한 것처럼. 할리우드의 베벌리힐스 호텔에서 열리는 기자회견에는 저명한 영화 저널리스트라도 초대받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 선택받은 저널리스트만 '비밀스러운' 신전 입장이 허용된다. 여기에는 쉽게 갖지 못하는 것의 가치는 필연적으로 올라간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파라오의 신전 모임에 특권층만 참가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이런 사례에서 보듯 모든 마케팅에는 전략적 연출이 필요하다. 단순히 "이 상품 사세요"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고객의 머리 속에 잠재한 '체험 본능'을 일깨우고 흥미를 유발하는 것. 잘 짜여진 각본에 따라 정보와 오락을 함께 제공해야 한다는 얘기다. '금지된 장소,연출된 유혹'(크리스티안 미쿤다 지음,신혜원 옮김,참솔)은 이벤트,전시,프레젠테이션,광고,디자인,공연,선거 등 홍보와 마케팅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서 체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 연출 방법을 소개한다. 소비자를 유혹하고 그들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7개의 기본적인 연출법에 이어 전략적인 연출법 24가지를 소개한다. 금지된 장소를 만들고 활용하는 법,리더십 디자인,과거의 흔적 끌어내기 등 마케팅에 활용하는 연출법이 이렇게 다양할까 싶을 정도다. 소비자를 유혹하는 체험 시스템을 다서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한 3부도 재미있다. 4백13쪽,2만5천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