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한의학과 교수인 배현수 퓨리메드 대표는 요즘 녹용 성분을 이용한 신약을 개발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배 대표는 지난 2000년부터 단백질의 구조를 분석하는 '프로테오믹스' 기술을 이용해 녹용 연구에 나섰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에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함께 세계 최초로 녹용의 단백질지도를 밝혀내는 개가를 올렸다. 그는 현재 녹용에서 얻어낸 15개 단백질 물질을 이용해 면역증강제,항암제,골다공증 치료제 등의 신약에 대한 동물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퓨리메드는 이들 치료제에 대해 2007년께 전임상시험에 나설 계획이다. 배 대표는 "사슴 뿔은 성장속도가 매우 빠른 부위이기 때문에 유용한 단백질 및 호르몬 성분이 많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2009년께는 3개의 신약에 대해 임상 시험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벤처 업계에 한의사 출신들이 모이고 있다. 한방의 과학화가 한의학 발전의 대안으로 제시되면서 한방과 첨단 생명공학(BT)을 접목한 '한방 바이오벤처'가 부상하고 있다. 하늘마음바이오,KMSI,씨에스바이오텍 등 벤처 업체는 BT기술을 이용,한방 성분을 집중 연구해 신약과 건강기능식품을 개발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한의원 원장 출신이 지난해 창업한 하늘마음바이오(대표 박성배)는 14가지 한방성분으로 만든 건선치료 신약인 'HAMA-X'를 개발, 전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SK제약과 공동으로 올 하반기에 HAMA-X의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며 싱가포르에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하늘마음바이오는 또 한방성분 방부제를 사용해 개발한 천연화장품도 조만간 내놓을 계획이다. 우석대 원광대 등의 한의학과 출신들이 모여 만든 KMSI(대표 황성완)는 한방 관절염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KMSI는 지난해 관련 신약후보물질을 확보해 특허를 받았으며 올해 전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홍삼성분으로 만든 건강기능식품 '영웅문'을 개발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최 보건산업기술대전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씨에스바이오텍(대표 최해영)은 원로겸 연구소장 등 경희대 한의학과 출신 8명의 연구원이 당뇨병 치료제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씨에스바이오텍은 올 하반기에 이 치료제의 전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한방 바이오벤처의 연구성과가 국내 시장은 몰라도 해외시장에서 통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한방 바이오벤처는 여러 한방성분을 섞어 약을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약의 주성분을 알기 어려워 해외에서는 쉽게 신약으로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 바이오벤처 대표는 "산사자 하나에도 수많은 작용물질이 존재한다"며 "주성분을 명확히 해 제품을 개발해야 미국,유럽 등 선진국의 까다로운 심사를 뚫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