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치·경제·사회 분야의 각종 제도와 환경들이 국민들로부터 대부분 낙제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회를 비롯한 정치 분야가 가장 낙후돼 있으며, 그나마 치안상태와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은 양호한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경제신문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 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제주도 제외)의 만 20세 이상 성인남녀 1천16명을 대상으로 국가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인들의 국가만족도 36점(100점 만점)에 그쳤다.



이는 설문 평가 항목의 '보통(50점)'에 훨씬 못미치고,'약간 불만족(25점)'에 가까운 점수다. 특히 50세 이상의 고령층(33.1점),자영업자(34.1점),대도시 거주자(35.3점)들의 국가만족도가 다른 집단보다 낮았다.


국가만족도란 기업의 고객만족도 조사기법을 국가 경영 분야에 적용, 정치.경제.사회 세가지 분야에서 각각 4∼5가지 질문을 던진 뒤 각 응답에 '매우 만족(100점)'에서 '매우 불만족(0점)'까지 다섯 단계로 점수를 매겨 지수화한 것이다.


분야별로는 정치에 대한 만족도가 30.2점으로 경제(35.6점) 사회(42.1점)보다 저조했다. 특히 정치분야 중에서도 국회에 대한 만족도(22.1점)는 전체 세부항목 평가 중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반해 기업의 국제 경쟁력에 대한 만족도(48.3점)는 전체 항목에서 두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아 대조를 이뤘다.


조사를 담당한 지용근 글로벌 리서치 대표는 "국회와 기업이 이처럼 상반된 점수를 받은 것은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세간의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만족도는 45.4점으로 전체 만족도는 물론 행정부에 대한 만족도(36.7점)를 크게 웃돌아 눈길을 끌었다.


경제분야에서는 기업의 국제경쟁력 다음으로 고용(직장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43.4점으로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사회분야에서는 교육에 대한 만족도(26.4점)가 가장 낮아 교육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매우 높음을 보여줬다. 반면 치안·방범에 대한 만족도(51.3점)는 이번 조사에서 유일하게 '보통(50점)'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 대표는 "대개 기업들은 신제품을 내놓기 전에 실시하는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60점 이하의 점수가 나오면 제품을 출시하지 않는다"며 "국가만족도가 36점이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국가에 대한 한국인들의 만족도가 낮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