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산악 그랜드슬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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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인류의 역사는 도전의 역사라고 말한다.
탐험가들의 모험정신에서, 과학자들의 상상력에서, 운동선수들의 기록에서 인간의 무한한 능력을 보며 감탄하곤 한다.
무엇보다 자연에 도전하는 탐험가들의 불굴의 의지는 우리 모두를 숙연하게 한다.
그야말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사람들이어서다.
그 중에서도 남극을 개척한 노르웨이의 아문센과 영국의 스코트, 그리고 북극에 맨 처음 깃발을 꽂은 미국인 로버트 피어리,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처음 등정한 힐러리 등의 얘기는 접할수록 용기가 난다.
세계적인 등반가였던 조지 말로리의 "산이 거기 있기에 오른다"는 명언은 비록 산악인이 아니라 해도 도전에 대한 의지를 들끓게 한다.
"1%의 가능성만 있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엊그제 북극점에 도달한 박영석씨의 지론이다.
그는 이 가능성 하나를 믿고서 인류 역사상 최초의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하고, 7대륙의 최고봉에 족적을 남기고, 지구의 3극점에 점을 찍었다.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해내기 힘든 일을 42세의 나이에 모두 해치운 것이다.
박씨의 이 기록은 너무나 대단해서 당분간 깨지기 힘들 것이라고 모두들 입을 모은다.
그랜드슬램이란 진정 "이런 경우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그랜드슬램은 19세기 휘스트라는 카드게임에서 비롯됐다고 하는데, 각각 13장으로 돼 있는 스페이드 하트 다이아몬드 클로버의 패를 모두 따내는 것이다.
그 후 이 말은 테니스와 골프 등 스포츠 종목에서 4개의 메이저경기를 모두 석권하는 선수를 지칭하게 됐고, 야구에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40년께부터다.
지금은 업그레이드 된 제품을 잇따라 내놓아 세계시장을 선점한다든지 기술분야에서 난이도에 따라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에도 그랜드슬램이 응용돼 사용되곤 한다.
어쨌든 그랜드슬램에 이르기 위해서는 수시로 엄습해 오는 좌절과 포기를 견뎌내야 하는 초인적인 의지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북극점을 밟고 난 박씨도 "가장 무서웠던 것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다"고 말했다.
싱그러운 5월 초하룻날 날아든 낭보가 힘을 솟구치게 한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