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말 한국 온라인 게임업계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사상 초유의 사태에 경악했다. '미르의 전설 1,2'를 개발한 액토즈사가 중국 시장의 배급을 맡고 있던 현지업체 샨다 인터액티브 엔터테인먼트에 전격적으로 인수돼버린 것이다.


온라인 게임 종주국이라는 위상이 흔들린 것은 물론 자기가 키우던 회사로부터 원천기술을 빼앗긴 우리로서는 놀라운 사건이었다. 아무 기술력도 없이 오직 유통 사업으로 챙긴 막대한 이익과 나스닥 상장을 통해 조달된 자금에 의해 한 나라 산업의 핵심 역량을 도난당했다는 점에서 충격은 컸다. 우리가 상하이·베이징의 투자 환경을 따지며 성공적인 현지시장 공략 전략을 짜고 있는 사이에 그들의 역공이 시작된 셈이다. 그것도 사냥 대상 0순위로.


'사들이는 중국,팔리는 한국'(김익수 지음,삼성경제연구소)은 중국 기업의 글로벌화를 정밀 진단한 후 우리의 실천적 대응법을 제시한 흔치 않은 저작이다. '쩌우추취(走出去)'의 구호 아래 넘치는 달러와 전폭적인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산업 패권주의의 실상을 엿볼 수 있다. 레노보 그룹의 IBM PC사업부 인수,TCL의 알카텔TV 매입 등을 주목할 만한 사례로 자세히 분석했다. 글로벌화의 효시라는 가전업체 하이얼의 주도면밀한 한국 상륙 작전을 보자.


'지역적으로는 서울 중심부에 들어가기보다는 수도권 틈새 시장이라 할 수 있는 용인이나 수지의 이마트에 제일 먼저 상품을 공급했다. 현지 대형 가전사들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으면서 자사 제품과 브랜드를 알리기 위함이었다. 제품 구성도 삼성 LG와 정면 충돌을 피하기 위해 와인 냉장고,거실형 미니홈바 등으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값은 동종 혹은 유사 제품의 85~90% 선으로 책정했다.'


이 책은 또 한국 기업인 하이닉스 LCD부문,쌍용차,액토즈소프트 등이 잇달아 인수된 예를 들면서 그 과정에서 드러난 우리 기업의 허술한 대응,정부 차원의 정책 부재 등 문제를 제기한다. 한국 M&A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을 뿐만 아니라 월드 마켓의 지형을 바꾸고 있는 중국의 야심,그 끝은 어디일까. 1백92쪽,5천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