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외부 시각을 항상 체크해 스스로 진단하고 변화한다.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정부는 국민을 의식하기보다 하고 싶은 것만 한다.” 공무원으로 20년,삼성그룹에서 10년을 일한 홍순직 삼성SDI 부사장이 28일 후배 공무원에게 전한 뼈 아픈 충고다.그는 산업자원부 과장을 지내다 95년 삼성그룹으로 옮긴 이색 경력의 소유자로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교육인적자원부 직원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홍 부사장은 삼성과 정부의 다른 점을 3가지로 요약했다.우선 효율을 손꼽았다.홍 부사장은 “삼성은 사장도 전속비서 없이 풀(pool)로 쓰지만 정부 부처는 국장급은 2명당 1명,그 이상은 1명씩 전담비서가 있다”고 지적했다.또 삼성은 주변 계열사들이 하나의 회의실을 같이 쓰지만 정부는 같은 건물에 있어도 각각 여러 개의 회의실을 가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고객만족을 지목했다. 그는 한 예로 공무원들이 가장 신경써 만드는 일이 청와대 업무보고이지만 이를 찾아보는 사람은 드물다고 말했다. 홍 부사장은 “공무원 생활을 20년한 나도 정부 업무보고를 읽어보면 무슨 소린지 알 수 없다”며 “이는 고객인 국민이 요구하는 것이 알려주려하기 보다 정부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질책했다. 홍 부사장은 "공무원들이 업무보고를 만들때는 '위'를 바라보고 만들더라도 홈페이지에 올려 공개할 때는 국민들이 알기 쉽게 만들어야하는데 그런 정성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삼성SDI의 경우 사업계획서를 3만~4만부나 만들지만 안팎의 수요가 많아 매년 부족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세번째 장점은 유연성. 그는 "삼성은 부사장이 해야할 중요한 일이라면 부사장이 직접하기 때문에 결재가 올라갈 일이 없지만 정부는 무조건 사무관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5∼6단계의 결제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홍 부사장은 정부의 장점을 칭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그는 “2∼3차례 해외유학을 보내주는 탁월한 정부의 교육시스템 때문에 인력자원의 질은 공무원이 훨씬 높다”며 “특히 조직에 대한 충성심은 삼성직원들도 본받아야 한다”고 치켜세웠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