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경기침체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특히 유럽경제를 이끄는 쌍두마차격인 독일과 프랑스의 경기부진이 지속되면서 유럽의 정치적 통합을 위해 오는 2007년 발효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EU헌법이 부결될 가능성까지 높아지고 있다. 뮌헨대학 부설 경제연구소(ifo)는 28일 이달 중 독일 기업실사지수는 93.3으로 지난 2003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4월 독일의 소비자 신뢰지수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이에 앞서 독일의 6개 민간경제연구소는 지난 27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1.5%에서 0.7%로 하향 조정,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프랑스 통계청도 이날 기업실사지수가 3월 1백1에서 4월에 97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이는 18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특히 프랑스 기업들은 수출부진을 우려하고 있다고 프랑스 통계청은 설명했다. 유럽중앙은행은 고유가와 유로화 강세가 독일과 프랑스의 경기침체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마르 이싱 유럽중앙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독일과 프랑스 경제가 침체국면으로 치닫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패트릭 데베지앙 프랑스 산업부장관은 다음주 중 EU 회원국 장관들을 초청,고유가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편 프랑스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신뢰도가 지난 2002년 재선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다음달 29일 국민투표에서 EU헌법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헌법이 부결되면 EU대통령 등을 뽑는 작업도 늦춰질 수밖에 없어 EU의 정치적 통합이 차질을 빚게 된다. EU헌법은 만장일치제를 채택하고 있어 25개 회원국 중 한 나라라도 반대하면 부결된다. 프랑스 여론조사 기관 CSA가 27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4%만이 시라크 대통령을 신뢰한다고 대답했고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2%에 달했다. 지난달 조사 때는 신뢰도가 50%였다. EU헌법에 대해서도 반대의견이 52%로 많았다. 시라크 대통령은 지난 14일 최대 민영 TV TF1의 토론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해 유럽헌법 지지를 호소했으나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김호영 기자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