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청정개발체제 프로젝트에만 올해 19억6천4백60만위안의 외자유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관련 기술을 갖춘 국내기업과 중국기업을 연계하는 '비즈니스 오거나이저'가 돼야 합니다."(삼성물산 신입사원 구태정씨)


"중국은 세계 3대 윤활유 소비국입니다. 선진국의 폐윤활유 처리 핵심기술을 삼성물산을 통해 중국 시정부에 판매해야 합니다. 합작투자를 할 경우 20% 정도 지분을 참여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임소영씨)


9일 오전 경기도 분당 삼성물산 본사 17층 대회의실. 신입사원 42명이 지난 두달여간 준비한 중국 사업계획을 영어로 발표하는 행사가 시작되자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올초 채용된 이들은 지난 3개월간 그룹 및 회사 연수를 마치고 지난주 시장조사를 위해 3박4일간 중국 출장을 다녀왔다.


앞쪽 스크린과 좌석별 LCD모니터에서 신입사원들이 밤 새워 준비한 결과물이 흘러나오자 회의실은 일순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속된말로 '피 튀기는 PT(프레젠테이션)'가 시작된 것. 정우택 사장을 비롯해 임원 팀장 등 1백여명의 눈동자가 신입사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했다.


구태정씨가 속한 1조는 미국 CNN을 패러디한 'SCN' 방송을 통해 교토의정서 발효에 맞춰 중국에서 청정개발체제를 구축,온실가스 감축권 사업을 따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기상 캐스터 역을 맡은 정소영씨는 일기예보 화면을 가리키며 "비 올때 우산을 쓰는 것처럼 리스크를 미리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신입사원들은 '태양광 에너지 모듈사업''디지털 디스플레이 시스템사업''폐윤활유 정제사업''건설중장비 대여사업''실버타운 프로젝트' 등 향후 중국에서 유망할 것으로 자체 분석한 주제들에 대한 사업계획을 쏟아냈다.


조별로 10~15분간 실시된 프레젠테이션에서 이들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2010년 상하이엑스포 등 중국시장의 향후 변수들은 물론 초기 투자비용,리스크 관리 방법,그리고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는 시기까지 명확하게 제시했다.


또 영어는 물론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 기타 외국어도 유창하게 구사,참석한 선배들을 놀라게 했다. 정 사장을 가리키며 '미스터 정'이라고 부르며 "우리 함께 모두의 비전을 달성하자"고 외치는 대담함(?)도 보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프레젠테이션을 지켜본 정 사장은 "해마다 우리 신입사원들의 자질이 향상되는 모습이 보여 기쁘다"면서도 "영어와 프레젠테이션은 상사맨의 기본인 만큼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새내기 상사맨들을 격려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