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고 대북봉쇄 가능성을 흘리는 등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동시에 한·중·일 동북아 3국간 외교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어떤 태도로 나올지에 국제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미 국무부는 24일(현지 시간)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가능성이 아직 현실적으로 존재한다고 밝히는 등 북핵 유엔 안보리 회부 등 북한을 겨냥한 강경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 미국은 또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한ㆍ일ㆍ중 3개국 순차 방문의 주 목적도 6자 회담의 실현에 있다고 밝혔다. 힐 차관보는 지난 25일 외교부를 방문,북핵 해결을 위한 '전술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을 포함, 한ㆍ중ㆍ일이 이같은 '외교적 수단'에 동의할 경우 북한을 6자 회담에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6자회담 가능성 현실적으로 존재 북핵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냉온탕'식 외교 공방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미 국무부의 '북한 복귀 가능성' 언급은 가장 현실적인 기대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게 정부 당국자의 판단이다. 미 국무부는 6자 회담의 실현가능성 존재와 함께 △대북 봉쇄를 의미하는 유엔 결의 추진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 보도에 대해 '모르는 일'이며 △우리가 인내심의 끝자락에 있다는 생각에 대해선 매우 강력히 이의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힐 차관보의 3국 순방이 북한에 마지막 기회가 아니며 최후 통첩성도 아니다고 언급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지나치게 비관적인 상황을 염두에 둘 필요는 없다"며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외교채널 총 가동 힐 차관보는 26일 중국 방문에 앞서 25일 노무현 대통령을 예방,30분간 북핵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에 앞서 그는 반기문 외교장관과 6자회담 우리측 대표인 송민순 차관보를 만났다. 양측은 면담 후 "북핵 해결의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전술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힐 차관보의 방중은 특히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이 임박한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게다가 지금은 북핵의 파국적 상황을 막기 위한 중국의 외교적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한 시점이다. 힐 차관보는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자칫 6자회담의 틀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 추가적인 상황악화 조치를 취하지 말도록 설득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힐 차관보는 27일 일본으로 건너간 뒤 28일 다시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게다가 내달 초 한ㆍ중간 정상회담이 모스크바에서 열릴 예정이고 6월에는 한·미 정상회담도 추진 중이어서 북핵 해결을 위한 마스터 플랜이 나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변수는 북한의 초강수 대응 가능성"이라며 "한ㆍ미 양국이 6자회담의 재개 못지 않게 협상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가기 위한 외교적 해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