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초고속 인터넷 '너죽고 나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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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인터넷 시장에 '너 죽고 나 살자'식 싸움이 시작됐다.
1백개가 넘는 케이블TV 사업자들이 뛰어들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가운데 파워콤이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시장은 이미 성숙단계에 진입,경쟁사 가입자를 뺏어오지 않고는 더이상 가입자를 늘리기 힘든 실정이다.
초고속인터넷이 주력사업인 하나로텔레콤에는 비상이 걸렸다.급기야 지난 25일 휴대인터넷 사업을 접고 초고속인터넷에 전념키로 했다.
우리나라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는 지난 3월 말 현재 1천2백8만명.가구당 보급률이 77%에 달해 사실상 포화 상태에 달했다.
초고속 인터넷 시장의 성장률은 해마다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
2000년 9백75%에서 2001년 83.1%,2002년 49.2%,2003년 5.7%,2004년 6%대로 둔화했다.
2003년부터 성장이 멈춘 셈이다.
올해도 성장률이 5%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서는 1백개가 넘는 케이블TV 사업자가 뛰어들면서 경쟁이 극도로 치열해졌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중개유선방송사업자(RO) 등 케이블TV 사업자들은 싼 요금과 번들 상품(초고속 인터넷+케이블TV)을 앞세워 초고속 인터넷 시장을 급속히 잠식하고 있다.
이들의 시장점유율은 2002년 말 5%에 불과하던 것이 지금은 10%에 근접했다.
케이블TV 사업자들은 월 2만원 안팎의 요금만 내면 초고속 인터넷과 케이블TV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고 선전하면서 가입자를 끌어 모으고 있다.
이들이 제시하는 요금은 초고속 인터넷 1,2위 사업자인 KT와 하나로텔레콤에 비해 적게는 5천원,많게는 1만원 이상 저렴하다.
데이콤의 자회사인 파워콤의 초고속 인터넷 시장 참여도 초미의 관심사다.
그동안 초고속 인터넷 사업자들에 네트워크를 임대하는 도매사업만 해 온 파워콤은 오는 7월께부터 직접 소매사업을 하기 위해 정보통신부에 사업 신청을 해 둔 상태다.
광케이블망과 광·동축혼합망(HFC)을 모두 가지고 있는 파워콤이 이 시장에 참여하면 판세는 또 달라질 수 있다.
케이블TV 사업자들의 공세와 파워콤의 참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체는 하나로텔레콤이다.
초고속 인터넷 전문 업체인 하나로텔레콤으로서는 이 시장에서 밀리면 끝장이다.
하나로텔레콤은 결국 휴대인터넷 사업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초고속 인터넷 시장이 싸움터로 변한 지금 휴대인터넷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힘을 분산시켜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초고속 인터넷 1위 사업자인 KT 역시 하나로텔레콤과 사정이 비슷하다.
지금은 비록 50.7%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유선전화 시장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는 마당에 '캐시카우'나 다름없는 초고속 인터넷 사업에서 피를 흘릴 수는 없는 실정이다.
KT는 후발 사업자들의 시장 잠식에 맞서 전송 속도를 높이고 부가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파워콤의 초고속 인터넷 소매사업 진출과 케이블TV 사업자들의 난립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KT와 하나로텔레콤은 시장이 정체 국면에 빠진 상황에서 사업자가 난립하면 출혈경쟁이 불가피해지고 네트워크 고도화를 위한 투자를 하기가 어려워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