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가족] 책과 함께 떠나는 가족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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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에 비하면 너희 창조력은 참으로 왕성하지.너는 아직 키가 의자의 반도 안 닿으면서 늘 의자를 옮기려고 하다가 함께 나동그라지고,차 한 잔을 고이 가져다 서랍 속에 보관하려 하고,공이 벽에서 멈추게 해달라고 하고,기차 꼬리를 붙잡으려 하고,달님이 나오게 해달라고 하고,하늘에서 비가 오지 않게 해달라고 하고…"
'아버지 노릇'(펑쯔카이 지음,홍승직 옮김,궁리)의 한 구절이다. 중국의 근대 문인이자 화가인 저자는 이 산문집에서 아이와 어른의 경계를 얘기하며 진정한 아버지의 역할을 놓고 이렇게 한탄한다.
"이처럼 천진난만하고 광명정대한 봄 풍경 속에서 '좋은 것을 봐도 좋다고 하면 안 되고,갖고 싶어도 갖고 싶다고 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는 아버지가 서 있을 곳이 어디 있단 말인가."
'아들 마음 아버지 마음'(김용택 지음,마음산책)의 저자인 '섬진강 시인'은 아들에게 보내는 50여통의 편지를 통해 자신은 '자연을 연구하는 사람'으로 자라주기를 바랐지만 결국에는 아들이 선택한 요리사의 꿈을 지지하는 과정 등 한없이 깊은 부정(父情)의 물줄기를 보여준다.
'아버지의 말 한마디가 자녀의 인생을 바꾼다'(사마광 외 지음,장연·심재석 옮김,명진출판)에도 자식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어버이의 가르침이 훈훈하게 담겨 있다.
'아버지로 산다는 것'(카를 게바우어 지음,심재만 옮김,예담)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현재 아버지로서의 자신을 이야기하는 16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좋은 영향을 받는 동시에 상처를 입고 극복하기도 하면서 '아이의 거울이자 역사'로 완성돼가는 남자의 참모습을 일깨워준다.
'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살아가기'(윤영무 지음,명진출판)는 어떤가. 이 책은 '둘째만큼 재테크에 능하지 못하고 셋째만큼 머리가 좋지 못하며 넷째만큼 잘 생기지도 못한 49년차 장남'의 인생 기록이다.
장남이기에 더욱 특별했던 집안의 기대와 부모님의 훈육이 되레 그를 방황하게 했지만 그 덕분에 보다 지혜로워지고 강인해졌으며 세상 사는 이치를 빨리 깨닫고 험한 일에도 쉽게 기죽지 않으며 책임감을 몸에 익힐 수 있었다고 그는 말한다.
'마흔으로 산다는 것'(전경일 지음,다산북스)의 독자 리뷰 또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남편은 강한 사람이다. 좀처럼 아쉬운 소리 할 줄 모르고 없어도 있는 척, 힘들어도 그렇지 않은 척… 한마디로 척척박사(?)다. 그런 남편이 며칠 전 눈물을 흘렸다. '너무 외롭고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친정아버지도 그 나이 즈음에 엄마에게 '여보,나 외로워'라고 했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왜 그럴까. 남자들은 왜 그럴까? 이제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남편도 친정아버지도 남자이기 이전에 한 사람이라고."
5월이 '가정의 달'이라고 해서 수많은 행사들이 마련되고 있지만 이럴 때 진정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가족이라는 이름의 따뜻한 책방'을 꾸며보면 어떨까.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읽는 책,아이들이 읽고 온가족이 돌려보는 책,삶에 지칠 때 힘이 되는 책,어머니의 품과 모성의 위대함을 일깨워주는 책,갈피마다 잔잔한 감동이 묻어나는 지혜의 나침반….
'인생 9단'(양순자 지음,명진출판)에서 또 다른 교훈을 만날 수 있다. 30년간 교도소 교화위원으로 활동하며 사형수 상담을 해온 할머니는 자신이 터득한 인생의 지혜를 걸쭉한 입담으로 전해준다.
"달걀을 그냥 달걀로만 생각하면 프라이밖에 안 되지만 새알로 생각하면 새가 되는 거야. 당신 팔자도 이거랑 똑같아."
'어머니 당신이 희망입니다'(김인숙 외 지음,큰나)는 '한국의 엄마와 딸 이야기 공모전'에 당선된 글을 엮은 책. 주부 공무원 수녀 교사 시인 학생 등 20여명의 한국 여성이 어머니를 주제로 한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당신은 어떤 어머니입니까'(루이 쉬첸회퍼 지음,이수영 옮김,한스미디어)에서는 저명한 심리학자로부터 좋은 어머니가 되는 길을 배울 수 있다. 그는 권력형 어머니,희생형 어머니,자기도취형 어머니,애정결핍형 어머니 등 4가지 유형을 보여주고 자녀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올바른 길로 안내하기 등 각각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려준다.
'곁에 있어 고마워요'(김경숙 외 지음,위즈덤하우스)는 라디오 프로그램 'MBC 여성시대'에 소개된 글 중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사연 35편을 묶은 책. '장모님은 호떡 장수' '세상에 하나뿐인 맞춤 내복' 등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잘 익은 일러스트와 함께 펼쳐져 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