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옛 철도청) '유전의혹' 사건의 여파가 청와대에도 미치는 분위기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이 지난해 11월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투자 사업을 이미 파악했고, 당시 박남춘(朴南春) 국정상황실장이 자체 종결처리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데 이어, 천호선(千皓宣) 현 국정상황실장도 지난달말 이 사실을 알고도 내부보고절차를 밟지 않은 사실이 24일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온라인 보고 시스템화로 내부 '정보공유' 제도를 도입한 청와대내 보고체계에 허점이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청와대 국정상황실이 지난해 11월 철도공사의 유전사업 투자사업에 대한 내사를 벌이고도, 왜 이를 상부보고없이 자체종결처리했는지가 궁금증을 낳는 쟁점중 하나이다. 철도공사가 사업타당성이 없는 유전사업에 뛰어들었는지에 대해 정밀조사를 하지 않은 부분은 부실조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공교롭게도 '유전의혹' 사건 연루 의혹을 받는 열린우리당 이광재(李光宰)의원은 2003년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다. 당시 조사결과를 자체 종결처리한 박남춘 전 국정상황실장(현 청와대 인사제도비서관)은 2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해 11월9일 국정원으로부터 올라온 철도공사 유전사업 관련 정보보고 원본을 공개하면서 일련의 과정을 해명했다. 박 비서관이 공개한 '철도청의 러시아 유전개발업체 인수계획 무산위기'라는 제목의 A4 용지 한장의 보고는 철도청 산하 철도교통진흥재단의 러시아 유전개발업체 인수 추진 상황이 요약돼 있고, "재원확보 차질로 인수 무산위기에 봉착했다"며 "관계기관협의를 통해 사업타당성을 면밀히 재검토해 추진여부를 신속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보고서에는 이광재 의원의 이름이나 정치권 연루 의혹 부분은 없었다고 한다. 박 비서관은 "국정상황실에는 하루 40건 가량의 보고들이 들어오는데 정부부처들간에 이견이 심하거나, 그대로 방치했을 경우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생길 사안 등을 체크하고 있다"며 "철도청건도 그런 관점에서 사실확인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박 비서관은 "철도청의 자체 필요에 의해 사업이 시작됐는데 자금사정이 어려워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만큼 다시 한번 경솔함이 없었는지를 살펴보고 또 필요하다면 관계부처들끼리 협의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조사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정상황실 서모행정관은 철도청, 석유공사, SK 등을 상대로 11월9일부터 11일까지 철도청, 석유공사, SK 등을 상대로 사실확인작업을 벌였다. 서 행정관은 철도청 왕영용 본부장에게 ▲철도청의 유전사업 참여 경위와 이유 ▲사업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하게 된 과정 등을 문의한 후, 석유공사, SK가 사업성 부족으로 사업을 포기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서 행정관은 '철도청이 무리하게 투자결정한 것으로 보이며, 사업타당성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일일현안점검회의 자료를 작성했지만, 15일 왕본부장이 "러시아측의 하자발생으로 오늘 계약을 해약한다"고 밝혀와 종결처리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시 박 상황실장은 "계약이 해약되었다면 일일현안점검회의에서 사업타당성을 논의할 필요가 없으므로 정책실이 참고토록 송부하라"고 지시하고 추가조치 없이 종결처리했다는 것. 박 비서관은 "계약이 해제되는 등 사업이 종료되어 추가 조치할 사항이 없다고 판단해 종료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이와는 별도로 천호선(千皓宣 ) 국정상황실장 최근 이 사실을 알고도 내부보고하지 않은 사실은 의아스런 대목이다. 올해 1월 박남춘 당시 실장이 인사제도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국정상황실장 바통을 이어받은 천 실장은 지난달 31일 서행정관으로부터 지난해 11월의 철도청 유전개발사업참여 타당성 조사경위 파악사실을 보고받았다. 그러나 천실장은 이 보고를 받은 후 4월18일까지 내부보고 절차를 밟지 않았다. 천 실장이 내부보고를 하지 않은 기간은 지난달 27일 '유전의혹' 사건에 대한 언론 첫 보도이후 대통령 측근인 열린우리당 이광재(李光宰)의원의 배후개입 의혹까지 부상했고, 야당의 특검주장까지 제기되면서 사건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상황이었다. 연세대 선후배 사이인 천 실장(3대)과 이 의원(초대)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교차적으로 맡은 인연을 갖고 있다. 김만수(金晩洙) 청와대 대변인은 하지만 "작년 11월의 국정상황실 점검 상황은 3월말 이후 제기된 정치권 개입의혹, 비리의혹사건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일상적인 정책점검활동의 일환이었고, 철도청의 자체 사업포기로 정리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이 사건이 비리의혹으로 제기된 시점에서는 이미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청와대는 당시 감사원 감사를 지켜보면서 신속하게 조사를 끝내 의문을 해소해주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청와대에서는 이 문제를 대통령 지시로 민정수석실에서 관리하고 있던 상황이기 때문에 국정상황실에서는 별도의 조치를 취할 입장이 아니었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유전의혹'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지난 18일 서행정관에게 전화를 걸어 '작년 11월 왕본부장과 통화한 사실이 있는지' 등에 대한 확인작업을 해오자,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국정상황실에서 민정비서실로 '11월의 조사상황'에 대해 내부보고를 했다는 것이 청와대측 설명이다. 그 이후 민정수석실에서 상황을 취합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성기홍기자 sg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