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 대한 증오,가부장제에 대한 비판을 독특한 조각작업으로 보여줘 명성을 얻어 온 루이스 부르주아(94). 그녀도 이젠 드로잉을 통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세상을 용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선보인 그의 최신작들은 한마디로 화해의 메시지를 담았다. 2002년 이후 3년만에 열리는 전시에는 '그는 침묵했지만 내가 그를 세상으로 불러냈다'라는 제목이 붙은 드로잉 1백여점과 드라이포인트(부식제를 쓰지 않는 동판 조각용 침)작품,조각품으로 '용서''사제관' 등이 출품됐다. 프랑스 출신의 미국 여성작가인 부르주아는 1982년 뉴욕근대미술관(MoMA)에서 열린 회고전을 통해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20세기 최고의 페미니즘 작가'로 불리는 그녀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불륜으로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강렬한 페미니즘 작품들을 선보였다. 추상형태의 인물상,성적인 이미지를 에로틱한 형상으로 표현한 조각,브론즈 작업,천조각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가부장제에 대한 비판과 인간 존재 자체가 지니는 고통 및 고독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1백여점에 달하는 드로잉 작품들은 격자무늬와 원 평행선을 반복적으로 그렸다. "반복이야말로 과거의 상처에 대한 치유인 동시에 용서를 의미한다"는 작가의 말대로 이제는 마음의 평정을 찾고자 하는 '감정의 일기장'같은 작품들이다. '사제관'의 경우 건축물 모형에 거울들이 달려있는데 "건축은 여성이다"는 작가의 주장이 잘 반영돼 있다. 5월13일까지. (02)735-8449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