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도쿄 디즈니랜드가 문을 열었다. 희망찬 개장이었지만 당시 테마 파크 전문가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3년을 넘기기 힘들 것이라는 호언장담 등 부정적 전망 일색이었던 것.'도시락 싸서 소풍 가기 좋아하는 일본인들에게 음식 반입을 엄격하게 금지시킨 이곳의 영업 방침이 과연 통할 것인가.' 의문은 꽤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상황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작년까지의 총 고객은 3억명 돌파. 한해 2천만명의 입장객과 재방문율 90%,안전사고 '제로'를 자랑하는 놀이시설로 성장했다. 쇼 관람료는 물론이고 소품 하나를 사더라도 돈 아깝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곳,한마디로 본전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완벽한 고객만족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친절을 전염시켜라'(코마츠다 마사루 지음,최문용 옮김,한스미디어)는 도쿄 디즈니랜드의 운영 철학인 '영혼을 담은 서비스'의 진수를 보여 주는 책이다. 고객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식자재나 상품을 반입하는 차량 통로를 지하터널로 만든 세심함은 우리 사회에서 찾아보기 힘든 그들만의 배려다. 또 비오는 날 짧은 치마 때문에 회전목마를 탈까말까 망설이고 있을 때 무릎 꿇은 직원이 한쪽 다리를 올린 후 "여기를 밟고 올라 가세요"라며 친절을 베풀었다면 그때의 느낌은 어떠했을까.


동반 자살을 결심한 한 가장이 마지막으로 디즈니랜드에 가보고 싶다는 아이들의 소망을 들어주기 위해 찾아왔다가 생기 발랄한 사람들의 모습과 한 젊은 직원의 도움으로 마음을 돌리는 모습 등 꿈과 희망도 이야기한다.


고객의 행복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도쿄 디즈니랜드. 오늘날 지상 최고의 낙원을 만든 이곳 연출 팀은 가수 보아의 일본 투어공연을 총지휘할 정도로 전문성과 역량을 갖췄다. 그러나 그들은 말한다. "우리의 서비스는 영원한 미완성이다. 매일매일 첫 공연처럼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2백60쪽,1만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