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판매사원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대형 유통업체 점장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대형 할인점 롯데마트 1호점 강변점의 김희경 점장(43).


남녀 성 역할에 자유로운 외국계 할인점에서 여성 점장이 나온 적은 있지만 보수적인 국내 유통업체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그는 '준비된' 점장이었다. 인터뷰 후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정작 자신의 표정이나 이미지보다는 뒷배경으로 처리될 매장의 진열 상태가 어수선하다며 수차례 재촬영을 요구하는 프로 근성을 보여줬다.


18일 오전 지하철 2호선 강변역 테크노마트 지하 2층에 자리잡은 김 점장의 사무실을 들어서는 순간 테이블 바닥에 깔린 '광진구 행정구역도'가 눈길을 끌었다. "점장으로서의 역할은 달라야 한다는 생각에 우선 롯데마트 강변점 인근의 지도를 갖다 놓았다"고 그는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에 근무할 때는 맡고 있던 언더웨어나 관련 매장 관리가 관심의 전부였으나 한 점포의 총 책임자가 된 이상 인근 도로 상황이나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의 위치,가구 수 등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큰 틀에서 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점장은 지난 80년 8월 롯데백화점에 입사한 후 남성복 매장 와이셔츠 판매사원을 시작으로 남성복 매장 및 신사스포츠 매입팀,상품부 언더웨어담당 MD(상품관리자) 등 25년을 본점에서 근무한 베테랑 요원이다. 그를 발탁한 노병용 롯데마트 영업본부장은 "매장 관리 경험이 풍부하고 MD로서의 식견도 갖춘 데다 여성의 섬세한 매장 관리 능력까지 겸비한 게 발탁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는 학벌 위주 인사가 만연한 기업 문화에서 고졸(신경여상) 출신이 이뤄낸 쾌거라는 데 시사하는 바가 더욱 크다. '여성'과 '고졸'이라는 두 가지 핸디캡을 동시에 극복했다는 평가다.


"입사 이후 직장과 성당 외에는 매장만 생각했다"는 김 점장은 아직 미혼이다. 점장 임명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능력에 비해 너무 큰 일을 맡게 돼 부담스럽다"고 그는 겸손해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