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쌀협상 '불똥'이 정치권으로 옮겨붙고 있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를 중심으로 의원들은 18일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계속 확산되고 있는 이면합의설 등을 집중적으로 따지면서 인책론을 제기했다. 야 4당의 농촌 지역구 또는 농촌출신 비례대표 의원들은 협상과정과 내용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키로 했다. 한나라당 이규택 김영덕,민주노동당 강기갑,민주당 한화갑,자민련 김낙성 의원 등 야 4당의 농촌 출신 의원들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이번 협상은 최악의 협상으로 정부의 거짓말까지 드러났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이들은 공동결의문에서 "이번 협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최악"이라며 "수입쌀 도입 물량은 지난 10년에 비해 두배나 늘었으며 10년후 쌀 시장 전면개방을 허용함으로써 사실상 쌀농업에 사형선고를 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또 "이번 협상은 쌀 한 품목에 대한 협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쌀과 전혀 상관없는 품목에 대한 개방요구까지 수용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가져왔다"면서 "협상전문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국회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이어 "정부는 지난해 '연내 협상타결이 안되면 2005년부터 쌀시장을 전면개방해야 한다'고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문을 불리하게 해석,협상 시한에 쫓기면서 상대국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한나라당 이방호 의원은 "이미 지난해 7월부터 중국과 사과,배의 검역절차 완화를 놓고 협상을 진행했고 지난해 12월 이면합의를 했다"며 "정부가 국민을 속이고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의원들이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있으나 실현여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민노당과 민주당,자민련은 당론으로 국조를 추진할 방침이지만 한나라당은 현재 농촌 출신 의원들만 국정조사에 동의하고 있으며 전체 의석의 절반을 확보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은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 국정조사권 발동을 위해서는 재적의원의 4분의1인 75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고 발동이 되더라도 계획서를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과반수의 찬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국민 여론의 향배에 따라서는 국조쪽으로 급속히 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재창·박해영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