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대대적인 감사를 벌이기로 한 것은 지방자치제 도입 후 10년이 지나도록 자치행정의 고질적 병폐가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심해지는 추세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근거없는 부담금이나 음성적 협찬을 요구하는 관행이 여전하고 자치단체장 재선을 위한 홍보성 행사가 줄을 잇고 있으며 인사전횡은 더욱 심해졌다는 게 감사원의 진단이다. 감사원이 18일 지자체 감사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공개한 지자체들의 위법?부당 사례들은 이런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타당성 없는 공약사업 추진과 과시성 행정=한 광역자치단체는 2001년 6월 선거공약이라는 이유로 컨벤션센터 건립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중도포기해 투자비 1백52억원을 사장시켰다. 또 각 지자체들이 청사를 경쟁적으로 신축한 결과 공무원 수는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A구청 등 24개 지자체의 청사 규모는 이전보다 평균 2.5배 커졌다. 일부 자치단체들은 소모적인 축제를 경쟁적으로 열었다. 지난해 지자체당 평균 3.6개에 해당하는 9백여개 축제가 전국 각지에서 열렸다. ◆근거없는 부담금 부과와 기부금품 요구=77개 자치단체는 법적근거도 없이 조례를 제정해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도로손괴자부담금,광역교통시설부담금 등으로 1천4백24억원을 부당하게 부과했다. 경기도 F시 등 1백4개 지자체는 지난해 축제 등 1백83개 행사를 개최하면서 지역기업 등으로부터 광고협찬 명목으로 84억원을 모금했다. ◆부당 수의계약 등 회계질서 문란=경남 4개 군에서는 2003년 태풍 '매미' 피해복구 공사(6백56건,총공사비 2천3백22억원)의 98%를 수의계약 방식으로 처리했다. 전북 G시는 임야 21만㎡를 특정인에게 22억원 낮은 가격에 매각했다. ◆편파인사 등 단체장 전횡=전남의 한 기초자치단체장은 자신의 비리연루 의혹을 검찰에 제보한 공무원을 무보직 발령냈다. 강원도 한 시장은 시설관리공단이사장에 자신의 선거사무장이었던 사람을 임명하고 공단이 적자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이사장의 연봉을 인상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