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로명 전 외무부 장관이 최근 우리측의 대일(對日) 강경대응 흐름을 강한 어조로 비판해 논란이 예상된다. 김영삼 정부 때 장관을 지낸 그는 15일 오후 열리는 제37회 한일경제인회의 주제발표 원고에서 "한일 양국은 동북아에서 유일하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해온 자유우방이자 사실상 동맹관계를 유지해온 이웃"이라며 "우리가 이러한 자산을 아무런 실속없이 내팽개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의 독도영유 주장이 독도에 대한 한국의 실효적 지배에 별 영향이 없으며 왜곡된 역사교과서 채택률도 미미하다는 점을 들어 "(정부가) 기대할 수 없는 성과를 환상화해 국민에게 전하는 것은 책임있는 행동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대응으로 치달을 때 과거지향적 사고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낼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공 전 장관은 이어 "독도문제로 격앙된 국민 중 일부는 옥석을 가리지 않고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만이 애국애족적 행동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 이후 호전돼온 일본인의 한국에 대한 친근감이 염한(厭韓) 감정으로 돌아가게 하는 자해행위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 전 장관은 "오늘이라는 현재는 과거가 있어 존재하듯 오늘의 연장선상에는 내일이라는 미래가 있음을 잊어선 안된다"며 `역사적 균형감각'을 강조하고 "이 나라 경영을 맡는 한글세대, 386세대 등에게 묻고 싶다"며 "한일관계도 피동적이며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적극적, 긍정적으로 볼 때 미래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한일협정 자금에 대해 "그 돈이 밑거름이 돼 농민들이 쓰는 경운기와 분무기가 되고 포철이 탄생했으며 경부고속도로가 생겼다"면서 "이런 플러스 효과를 시인하는데 인색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한일관계 전문가인 최서면 명지대 석좌교수가 과거 한 월간지에서 단계적, 선별적 친일파 청산을 강조한 김구 선생의 말을 인용해 인터뷰한 내용을 소개한 뒤 "국제관계에마저 소아병적 접근법이 횡행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다시 한번 음미해볼만한 일이며, 국가백년대계를 그르치는 일이 없도록 명심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기자 u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