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CES).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레인콤의 하드디스크형 MP3플레이어 신제품인 '아이리버 H10'을 손에 들고 전 세계 사진기자들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전야행사의 기조연설에서는 아예 제품을 직접 내보이며 '디지털 삶을 앞당기는 기기'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우연히 일어난 일은 아니다. 레인콤의 '동맹군'인 빌 게이츠 회장이 '지원사격'에 나선 것이다. 레인콤은 전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을 독식하려는 애플컴퓨터에 맞서 MS,냅스터 등 막강한 동맹군과 삼각편대를 구축하고 있다. 애플의 MP3플레이어 '아이팟'과 음악 다운로드 사이트 및 구동 소프트웨어인 '아이튠즈'에 대항하기 위해 이들 기업들과 세계적인 '반(反)애플'진영을 만든 것. 레인콤 관계자는 "오직 아이팟과만 연결되는 폐쇄적인 아이튠즈 프로그램에서 곡당 99센트의 비싼 이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소비자들에게 MS-아이리버-냅스터 동맹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MS의 개방형 DRM(디지털저작권관리) 플랫폼인 '플레이즈 포 슈어(Plays for Sure)'다. 애플이 특정 음원제공 사이트(아이튠즈)에서 특정 기기(아이팟)로만 노래를 내려받도록 해놓았다면 MS의 '플레이즈 포 슈어'는 연계된 다양한 사이트로부터 여러 디지털 기기로 자유롭게 음악을 내려받을 수 있게 한 것이 장점이다. 애플의 음원제공 사이트인 '아이튠즈(www.itunes.com)'의 맞수로는 '냅스터(www.napster.com)'가 나섰다. 냅스터는 지난 1분기에만 신규 월정액 서비스 가입자가 14만3천명을 기록,총 가입 회원수가 41만명에 달해 거대 음악사이트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냅스터는 월 15달러에 무제한으로 음악을 다운받거나 스트리밍 서비스로 감상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아이튠즈와 냅스터 모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한편 이들 동맹군의 지원은 레인콤의 글로벌화를 한층 가속시키고 있다. 냅스터는 현재 아이리버 H10을 자사의 음원제공 사이트와 연동되는 주력 기기로 소개하고 있으며 냅스터에서 이 제품을 구입할 경우 3개월 동안 무료로 음악을 내려받게 해준다. 지난 2월 미국 슈퍼볼 결승전에서 방영된 냅스터의 스팟광고에서도 아이리버 H10을 함께 노출시키는 등 간접적인 광고지원도 하고 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