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20세기 침략의 역사를 회피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후세대를 평화주의자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약합니다. 한국과 중국이 힘을 합쳐 그 잘못을 바로잡아 줘야합니다." 서울과 상하이에서 13일 동시에 열린‘임시정부수립 86주년 기념식’참석을 위해 상하이를 방문한 강만길 광복60주년기념사업추진위 위원장은 임정수립 86주년의 역사적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 “한·중 두 나라가 일제침략에 공동으로 맞서 싸웠던 협력을 바탕으로 21세기 평화로운 동북아를 만드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라는 얘기다. 그는 “21세기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는 침략의 당사자인 일본이 결자해지의 정신으로 앞장서야 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일본은 ‘침묵과 회피’의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일본은 과연 후세들을 보편적 인식을 갖고 있는 세계시민으로 키울 뜻이 있는지 의문이 간다’라는 지적이다. “일본은 탈아(脫亞)주의를 버리고 다시 아시아로 돌아와 ‘21세기 평화로운 아시아’를 만드는 데 동참해야 합니다. 미국에 의존한다면 중국 러시아 등과 대립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이 이 같은 흐름을 역행한다면 주변국들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강 위원장은 ‘지금은 일본 양심세력들이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일본이 아무리 경제가 발전하고, 선진 정치제도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문명국 대우를 받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강 위원장은 “미국의 패권주의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관련국들이 노력한다면 동북아에서도 유럽과 같은 정치 경제 공동체가 충분히 발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는 "그런 점에서 중국도 대국주의의 유혹을 떨쳐버려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일본은 중국의 경제성장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중국은 경제성장을 하더라도 절대로 대국주의, 패권주의로 흐르지 않겠다는 확신을 주변국들에게 심어줘야 합니다. 중국의 대국주의는 또 다른 반발을 낳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강 위원장은 “지금 동북아에서 불거지고 있는 일본과의 갈등이 21세기 동북아 평화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바란다”고 말했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