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이 적대적 M&A(기업인수합병)에 대비한 제도적 장치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고 한다. 자본시장 개방과 함께 기업들이 경영권 위협에 노출되기는 한국도 마찬가지 상황이고 보면 참고할 만한 일이다. 마쓰시타전기산업이 오는 6월 열리는 정기주총에서 대주주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포이즌필 제도를 도입키로 한 것이 그 대표적 사례다. 적대적 세력이 주식공개매수를 통해 발행주식의 20% 이상을 매집할 경우 대주주가 시세보다 싼 가격에 신주를 대거 인수해 M&A시도를 분쇄하겠다는 뜻이다. 히타치 역시 이 제도의 도입을 검토중이라고 하니 일본 재계로 빠르게 확산돼 나갈 것이 틀림없다. 최근들어 일본기업들이 경영권 방어에 부쩍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인터넷업체인 라이브도어가 거대 미디어그룹인 후지산케이그룹의 닛폰방송 인수를 시도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로 작용했다고 한다. 특히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외국 회사들도 주식교환을 통해 일본기업을 인수할 수 있게 되는데다 상장사들의 외국인지분율도 20%를 넘고 있는 만큼 적대적 M&A에 대한 대비책 마련을 시급한 현안으로 인식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최대주주 이외의 투자자가 5% 이상 지분을 갖고 경영권 참여를 노리는 상장사만 83개에 이르는 실정이고, 또 외국인 평균지분율이 40%를 넘어 일본의 2배 이상에 달하는데도 경영권방어 장치를 마련해주기는 커녕 오히려 국내자본을 역차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일본 정부는 지난 2002년 상법개정을 통해 기업들이 포이즌필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한데 이어 올해안에 회사법을 고쳐 경영권 양도 의결요건 강화,매수자 의결권 제한,우호적 주주에 대한 거부권 부여,특수주식 발행 허용 등의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일본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신중히 검토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