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념이 생기지 않는 섬 비양도'  북제주군 한림읍 협재해수욕장에 서면 옥색 바다 건너 손에 잡힐 듯 떠있는 섬 하나가 보인다. 고현정과 조인성 등이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 '봄날'의 촬영지 비양도다. 비양도는 해안에서 보는 모습도 아름답지만 섬 안에서 바라보는 제주 본섬쪽 야경이 특히 뛰어나 보는 이의 잡념을 모두 앗아가 버린다고 한다. ?  중국에서 날아와 떨어졌다는 전설을 지닌 비양도에선 섬 일주와 비양봉 트레킹 등 두가지 코스의 관광이 가능하다.섬을 걸어서 도는데는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마을 동쪽 끝을 벗어나면 곧바로 국민학교에 만든 '봄날'의 세트장이 나온다. 세트는 서정은(고현정 분)의 일터이자 집이었던 보건소의 모습이다. 선착장 앞에는 진짜 비양도 보건소가 있지만 촬영은 이곳 세트에서 이뤄졌다. 정은의 어린시절 책상에 붙어있는 종이피아노 등 각종 소품들이 정겹게 눈에 들어온다.   국민학교를 지나면 주민들이 '유원지'라고 부르는 초승달 모양의 연못이 나온다. 길이 5백m, 폭 50m의 펄랑호다. 물은 짜다. 주변 어디를 둘러봐도 바다와 직접 연결된 곳은 없지만 파도가 거센 날이면 바닷물이 안으로 넘어 들어온단다. 또 바닥을 통해 바닷물이 스며드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곳엔 쇠백로가 날아오고 갯질경이 등 식물이 자란다. 펄랑호를 지나 바닷가를 따라 돌다 보면 애기 밴 돌, 쉼터, 코끼리 바위, 배바위 등을 차례로 만난다. 썰물 때면 물 밖으로 드러난 섬 주변의 암초까지 걸어갈 수도 있다.   비양봉 트레킹은 마을 남서쪽 끝에서 시작된다.해발 1백14m의 비양봉 정상까지는 약30분 정도 걸린다. 어느쪽에서 보아도 2개의 봉우리만 보이는 비양봉은 실제 모두 4개의 봉우리로 구성돼 있다.봉우리 가운데로 패인 분화구에는 소나무, 으름나무, 팽나무, 섬오가피나무, 비양나무 등이 자라고 있다.제주도기념물 제48호인 비양나무는 국내에서 비양봉 분화구 바닥에서만 자생하는 희귀종이다. 비양봉 오르는 길에선 심심찮게 꿩들이 눈에 띈다. 트레킹에 정취가 더해진다. 비양도 트레킹의 압권은 정상에서 보는 경치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추자도까지 보이는 천혜의 전망을 지녔다.   제주=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   ------------------------------------------------------------------------   비양도로 건너가는 도항선은 한림항에서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3시에 떠난다.비양도까지는 15분이 걸리며 왕복 3천원.비양도에서는 자전거를 시간당 5천원에 빌려 탈 수 있다.   비양도에는 아직까지 전문 숙박업소는 없다.윤부웅 이장(016-9630-8482)에게 연락하면 민박과 식당 등을 알선해 준다. 골뱅이, 소라 등 어패류와 옥돔이 특히 맛있다.식사는 미리 예약해야 한다. 민박 2만원,매운탕 5천원선.   한화투어몰(02-774-3200)은 비양도와 함께 한라산과 마라도 등을 돌아볼 수 있는 3일짜리 제주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다.대한항공을 이용하는 이 상품은 일본군이 어뢰정을 숨겼다는 황우지굴이나 제주판 쯦모세의 기적’을 볼 수 있는 서건도 등 이색적인 여행지도 포함하고 있다. 관광호텔을 숙박시 19만9천원, 특급호텔을 이용하면 35만9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