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北京)에서 9일 일본의 역사교과서왜곡 등에 항의하는 대규모 반일시위가 발생한 데 이어 10일에도 광저우(廣州)와 선전(深천) 등에서 반일시위가 벌어지는 등 중국 내 반일 시위가 연일 격화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9일 시위로 일본 대사관 유리창 등이 부서진 데 대해 주중 일본 대사를 통해 중국 외교부에 항의했으며 10일에는 왕이(王毅) 주일 중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사과와 재발방지 등을 요구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유감을 나타내며 철저한 경비와 안전 확보 등을 약속했다. ◇ 중국내 반일 시위 격화 = 중국 베이징 시민 수만 명은 9일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항의해 일본 상품 불매를 촉구하는 대규모 반일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인원은 1만~2만명으로 추산되며 AFP통신은 이번 시위가 6년만에 베이징에서 발생한 최대규모 시위라고 전했다. 시위대들은 이날 아침 하이뎬(海澱)구 중관춘(中關村) 거리에 모인 뒤 '일본과단교를', '역사왜곡 반성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시내 중심가 쪽으로 행진했다. 일본 대사관에 도착한 시위대들은 돌과 병, 계란을 건물에 던져 유리창을 깨뜨렸으며 한 일본음식점에도 돌을 던져 유리창을 깨뜨렸다. 또 일부 시위대는 아나미 대사의 관저 근처에서 일본제로 보이는 차량을 뒤집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는 완전무장한 폭동진압대와 대규모 경찰이 배치됐지만 이들은 시위대들을 적극 제지하지는 않았다. 광둥(廣東)성의 광저우에서도 10일 시민 3천여명이 일본 총영사관을 향해 가두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오성홍기와 플래카드를 흔들며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반대와 일본 상품 불매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들은 행진 도중 일본 식당을 향해 계란을 투척하고 식당 간판을 부수기도했으며 일본 총영사관이 입주해 있는 건물 앞에서 일장기와 일본 상품에 대한 화형식을 거행했다. 이들은 그 뒤 일본총영사관 유리창을 향해 빈 병을 던지며 격렬히 항의했다. 또 선전 시민 수천명도 이날 선전체육관 앞에서 모여 가두행진에 나서 일본계소고백화점을 포위한 채 일본의 역사왜곡과 댜오위다오(釣魚島) 점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한 일본 외교관은 이날 광저우와 선전에서 모두 2만여명이 시위에 참여했다고주장했다. 중국에서는 앞서 지난 2일과 3일에도 청두(成都)와 선전에서 반일시위가 발생해일본 백화점 유리창 등이 부서졌으며 이후에도 중국 전역에서 일본의 유엔 안보리상임이사국 진출에 반대하는 소규모 집회가 계속 열리고 있다. ◇ 일본 항의 전달 =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일본 외상은 10일 왕이 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과격한' 반일 시위에 항의하는 한편 사과와 피해배상, 재발방지 등을 요구했다. 마치무라 외상은 전날 시위와 관련, "일련의 파괴활동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이같이 요청했다. 앞서 아나미 고레시게(阿南惟茂) 주중 일본대사도 9일 차오쭝화이(喬宗淮) 중국외교부 부부장에게 이번 시위에 대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중국 내 일본인과주재기업 보호를 요구했다. 아나미 대사는 또 일본 대사관과 대사관저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다.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외무성 사무차관도 9일 시위 발생 뒤 주일 중국대사관의 청용화(程永華) 공사에게 전화를 걸어 유감을 표명하고 일본대사관 경비를 강화해줄 것을 요구했다. 일본 대사관의 대변인은 전날 시위대의 투석으로 인해 대사관 유리가 약 20장부서졌으며 대사관저의 유리창도 다섯 장 정도 깨졌다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이어 이번 일로 중국과 일본 간 경제 유대가 장기적 영향을 받을 것인지에 대해 "일본 내 반응을 볼 필요가 있다"면서 "양측이 선린우호를 위해 이번 일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중국 유감 표명, 시위대에 냉정 호소 = 중국 외교부는 9일 성명을 통해 차오쭝화이 부부장이 아나미 주중 일본대사의 항의를 접수하고 이번 사태에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차오 부부장은 "일본 대사관과 대사관저에 투석하는 등의 행위는 중국 정부가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중국 정부를 대표해 심심한 위로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고 성명은 전했다. 왕이 주일 중국대사도 10일 마치무라 일본 외상을 만난 뒤 "과격한 행동에 대해서도 중국 정부도 묵인하지 않는다"며 철저한 경비와 안전확보를 약속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시위대들에게 과격한 행동을 자제하고 냉정하게 행동할 것을촉구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을 인용해 "중국 정부는 시위대들에게 냉정할 것과 분별 있게 행동할 것, 과도한 행동에 참여하지 말고 합법적이고규칙에 따른 방법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알릴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