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수출실적을 올리는 등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나 기업경쟁력의 핵심인 연구개발(R&D)투자는 여전히 중위권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영국 통상산업부가 2004 회계연도 연구개발 투자 실적을 기초로 세계 7백대 R&D 기업을 선정해 발표한 "R&D스코어보드" 보고서는 국내 기업들의 연구개발 투자수준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국내 기업들의 연구개발 투자가 미국 일본 독일 등 강대국은 물론 네덜란드 스위스 스웨덴 핀란드 등 유럽 국가들에 비해 훨씬 낮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특히 아시아 경쟁국인 대만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미국 유럽 기업들은 R&D 집약도(매출액 대비 R&D비)가 평균 5% 이상을 넘어서고 있으나 한국 기업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4%를 약간 넘을 뿐 나머지는 1∼2%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대만 기업들보다 R&D 역량 못미쳐=7백대 기업에 포함된 국내 9개 기업의 R&D 집약도는 평균 3.2% 수준으로,세계 평균 4.2%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타이완세미컨덕터 등 모두 8개 기업이 7백대 기업에 포함된 대만도 R&D 집약도가 4.0%임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들의 R&D 투자 노력은 구호에 머물러 있음을 반증해 준다. 특히 7백개 기업 중 15개가 선정된 스웨덴의 집약도가 5.3%,20개가 포함된 스위스가 6.5%,8개 기업이 포함된 네델란드가 7.8% 등 북구 유럽 국가들은 모두 높은 R&D 집약도를 나타내 이들 국가 기업들과의 기술력 경쟁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한편 미국은 7백개 R&D 기업 가운데 2백94개로 42%를 차지했으며 일본이 1백54개,독일 54개,영국 41개 순으로 선정됐다. 상위 10개 기업을 국가별로 보면 미국 4개(포드,화이자,제너럴모터스,IBM),독일 3개(다임러크라이슬러,지멘스),일본 2개(도요타,마쓰시타),핀란드 1개(노키아) 순이었다. ○삼성전자 R&D,소니에 근접=R&D 투자액 33위인 삼성전자의 R&D 집약도는 5.5%로,소니의 5.9%에 근접하고 있으나 대표적 정보기술(IT) 기업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집약도 14.5%에 비해서는 3분의 1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백10위인 LG전자는 4.0%로 기술집약형 기업임이 입증됐다. ○IT와 자동차,의약이 R&D 이끈다=7백대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업종은 단연 IT 및 하드웨어 분야(19.6%)였다. 그 다음이 자동차(18.8%),의약 생명공학(18.1%),전기 전자 분야(10.8%)가 뒤를 이었다. 자동차 회사들이 상위 10개 기업 중 5개를 차지했다. 그러나 화이자(15.8%),노바티스(15.1%),글락소 스미스클라인(13.0%) 등 의약 기업들이 높은 R&D 투자 비중을 보였다. 한편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이번 결과를 보면 세계 유수 기업들이 이제 기업의 혁신 및 핵심 역량을 마케팅보다 R&D 분야로 옮기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특히 R&D에 활발한 기업들이 매출액과 경상이익이 늘어나고 있음에 따라 앞으로 기업혁신은 R&D 투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