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팍스 시니카'와 위안화 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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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경제가 급부상함에 따라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과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는 것이 세계경제의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중국경제는 연 8% 이상의 높은 성장세가 지속돼 왔다.
지난해 4월부터 경기를 조절하고 있으나 올 1·4분기까지 이같은 성장세는 크게 둔화되지 않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중국이 높아진 경제력을 바탕으로 인접국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해 나가는 '팍스 시니카(Pax Sinica)'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점이다.
팍스 시니카란 한 마디로 '중국에 의한·중국을 위한·중국 중심의 질서'로 중화주의를 말한다.
이미 중국을 재결합하는 작업은 본 궤도에 올랐다.
최소한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 본토와 대만 홍콩 간의 중화경제권은 태동된 상태다.
화인자본을 매개로 한 화교경제권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앞으로 중국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은행을 비롯한 대부분 예측기관들은 2007년이 되면 중국은 유럽연합을 앞서고 2020년이 되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5년이나 2030년이 되면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군사적으로도 슈퍼 파워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중국의 구상은 18세기부터 서양 열강과 일본에 의해 침탈당한 식민지 역사를 보상받고 20세기초의 '팍스 브리태니아(Pax Britannia)',20세기 후반의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에 이어 21세기를 자국의 세기로 만들겠다는 팍스 시니카의 부푼 야망을 실현시켜 나가겠다는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중국의 이런 움직임에 가장 먼저 반기를 들고 있는 국가가 미국이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주도권을 잡아왔다.
현재 미국의 최대 현안인 무역적자의 약 25%를 중국이 제공하고 있다.
일본과 유럽도 같은 입장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당면한 무역적자를 해결하고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는 팍스 시니카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해 모든 분야에 걸쳐 전방위 압력을 가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주말 미 의회는 앞으로 6개월안에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절상하지 않으면 미국내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평균 27.5%의 보복관세를 물리겠다는 초강경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은 여러 요인을 들어 위안화 절상요구에 대해 미온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오히려 미국의 위안화 평가절상 요구가 강해지면 질수록 감정적으로 대립할 움직임을 보여 왔다.
이 점은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질서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대목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요구대로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절상할 경우 양국간의 마찰이 줄어들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현재 중국의 수출구조가 '마샬-러너'조건을 충족할 만큼 가격에 민감한 점을 감안하면 위안화가 평가절상되면 미국과의 무역불균형을 해소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미국은 위안화 평가절상을 통해 중국에 전가시키는 것만으로 무역적자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금리 등을 올려 자국 국민들의 저축률을 제고시키는 방안이다.
따라서 세계경제의 양대축인 미국과 중국이 그 어느 때보다 양보와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을 경우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아시아 경제질서는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혼란과 침체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