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文喜相) 의장 등 열린우리당 새 지도부는8일 오후 취임 인사차 동교동 `김대중 도서관'으로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지난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동교동계를 통해 정계에 입문한 문 의장과 김 전대통령의 각별한 인연을 반영하듯 이날 만남은 1시간 가량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문 의장이 새 지도부가 선출됐다는 사실을 소개하자 김 전 대통령은 "진심으로축하한다"며 "대의원들이 아주 현명하게 투표한 것 같다"고 축하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문 의장이 "전대가 축제분위기로 진행됐다"고 말하자 "정당문화가 많이 변한 것 같다"면서 "상당히 지혜롭고 성숙해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염동연(廉東淵) 상임중앙위원이 "선거기간에 (김 전 대통령의)수제자를 표명해 덕을 좀 본 것 같다"고 말하자 "그렇다면 나한테 한턱 내라"라고농담을 했고, 장영달(張永達) 상임중앙위원이 "선거기간 허락도 없이 존함을 팔았다"고 양해를 구하자 "나도 그런 일 많이 했다"라며 "정치인이란 표가 되면 사돈의 팔촌까지 팔고 다닌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문 의장은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 시절 신민당 유진산(柳珍山) 전 의원은교통사고를 당한 상태에서 전대에 출마해 2등을 했다"며 경선기간에 자신이 당한 교통사고 얘기를 꺼내자 김 전 대통령은 "그때 유진산 전 의원은 2등을 했는데 이번에1등을 한 것을 보니 부상 덕을 좀 본 것 같다"고 농담을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나도 대전에서 유세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유성고개에서 차가 뒤집혔다"며 "당시 이윤수(李允洙) 전 의원이 비서였는데 나는 팔목에만 상처를 입었다"고 회상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돈 안드는 선거가 정착됐다는 우리당 지도부의 설명에 "유지담 선관위원장이 잘한 것 같다"고 평가한 뒤 "우리당이 초선의원들이 많이 당선됐는데 1년도 안돼서 자리를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예방에는 문 의장 외에 염동연, 장영달 유시민(柳時敏) 한명숙(韓明淑) 김혁규(金爀珪) 상임중앙위원과 전병헌(田炳憲) 대변인, 박영선(朴映宣) 당의장 비서실장 등이 동행했다. 김 전 대통령은 김혁규 위원에 대해 "과거 경남도지사 시절 대단히 열정적이고내실있게 일한 분"이라고 평가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지난 97년 대선을 앞두고 `영남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대선후보는 당선되기 어렵다'는 요지의 `DJ불가론'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던 유시민 위원에 대해서도 "유 의원이 (의정활동을) 아주 열심히 재미있게 한 것 같다"고 덕담을건넸다. 유 위원은 김 전 대통령이 일본의 역사왜곡 문제와 관련, 과거사에 대한 독일과일본의 접근방식의 차이점을 거론하자, 이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독일일간지와인터뷰한 내용을 거론하면서 "두 대통령의 입장이 동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위원은 또 김 전 대통령에 대해 시종일관 `선생님'이란 호칭을 사용하면서 "과거 정치할 때보다 덜 부담스러운 것 같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 전 대통령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됐을 당시 부시 대통령을 100분간 설득한 끝에 북한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는 사실을 소개한 뒤 "그 뒤 부시와 친해져 집권 말기에는 나중에 낚시를 같이 가자는 농담도 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대통령 재임시절 세계 지도자들과 친밀하게 지냈다고 언급하며 "중국의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은 한 살 차이인데도 (나를) `따꺼(형님)'라고불렀고, 부시 대통령은 회담 중 배석자에게 귀엣말로 `김대중을 존경(Admire)한다'고 말하는 것을 듣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김 전 대통령은 한명숙 위원이 대북특사의 필요성을 제기하자 "특사파견의 필요성을 여러번 지적했는데 잘 안됐다"고 말했다. 한편 전병헌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민주당과의 통합론이 이야기 됐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전혀 이야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