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7일 콜금리 동결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당분간 경기회복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통화정책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당분간 금리인상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금리인상의 근거로 제시됐던 경기회복과 내외금리 역전 등에 대해 박 총재는 "경기 회복속도가 더디고,미국과의 장기금리 역전현상은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미국이 내달 3일 열릴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예고한 상태지만,'따라가기식 금리인상은 않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경기,하반기부터나 본격 회복 박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경기가 생각보다 빨리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르면 2·4분기부터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접어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를 수정했다. "한은이 당초 예상한 대로 1·4분기 바닥을 치고 2·4분기 중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겠지만,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경기상황을 재정리한 것. 박 총재가 이처럼 다시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선 것은 최근 발표된 각종 실물지표들이 실망스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월 중 설비투자와 국내 기계수주,제조업 생산,건설수주액 등의 지수가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으로 확인되자 낙관적 전망을 거둬들인 것이다. 이처럼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는 원인으로는 고유가를 꼽았다. "유가가 안정됐더라면 올 성장률 전망치를 4%보다 더 높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박총재는 그러나 "유가가 현재와 같이 높은 상태를 유지하더라도 경기회복이라는 대세를 거스르지는 못할 것"이라며 "하반기부터 연율 5%대의 성장이 가능해 올해 성장률은 4%에 이르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인상 당분간 없을 듯 채권시장이 오랜만에 박승 총재의 발언에 반색을 한 하루였다. 작년 10월과 올해 1월 금통위 직후 터져나온 "채권시장은 철이 덜 들었다""금융자산을 가진 사람이 손해를 봐서는 안된다"는 박 총재의 직격 발언에 패닉상태에 빠졌던 채권시장은 이날도 숨을 졸이며 그의 발언을 지켜봤다. 그러나 박 총재가 금통위 직후 "거시정책의 완화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말하자 시장 관계자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당분간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란 메시지였기 때문이다. 박 총재는 이어 "미국과의 금리역전은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며,오히려 해외투자를 장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말에 채권시장은 더욱 고무됐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최석원 한화증권 채권분석팀장은 "내외금리차 역전을 우려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불식시킨 것도 중요하지만 자금 해외유출을 막지 않겠다는 것은 환율정책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 투자자들은 그동안 정부가 환율방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한 채권 물량이 시장에서 악재(채권값 하락,금리 상승)로 작용하면서 적지않은 혼란에 빠져왔다. 하지만 박 총재의 말대로 일정한 자금의 해외유출을 감수함으로써 시장에서 환율이 조절될 수 있도록 할 경우 채권발행 수요가 줄어들 것이고,그만큼 시장 불확실성도 완화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해석이다. 이에 따라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채권시장에서 금리인상을 점치는 목소리는 사그라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