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영유권 시비에 이어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이 공식화됨에 따라 한·일간 총성없는 외교전쟁이 시작됐다. 정부는 일단 왜곡의 정도가 극심한 '후소샤'교과서의 채택률을 최소화하는데 역점을 두기로 했다. 일본내 비정부기구(NGO)와 진보적 학자 등 양심세력,한국과 자매결연한 일본 학교 및 자치단체와 연대해 후소샤 등의 왜곡교과서 보급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일부 공민·지리교과서의 독도 관련 기술 부분을 별도의 과제로 선정,역사교과서 왜곡 시정과 분리 대응키로 했다. 정부 당국자는 "공민 및 역사교과서를 같은 시각에서 처리할 경우 일본내 양심세력이 이탈해 오히려 후소샤 역사교과서의 채택률이 높아지는 역작용이 우려된다"며 "공민교과서는 독도 영유권 수호 차원에서 단호하게 분리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외교적 방편으로는 △6일 나종일 주일 대사의 일본 외무성 항의 방문 △이태식 차관의 시정요구(다카노 도시유키 주한 일본대사) △이달 중 유엔 인권위,여성·아동회의,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책임제기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어 일본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저지,해경·해군의 독도 방위 합동군사훈련이 진행되고 주일대사 소환 카드도 검토되고 있다. 물론 정부는 일본과의 경제?문화 교류를 지속해 나간다는 기존 방침을 유지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독도 문제와 교과서 왜곡이 한꺼번에 재부각된데다 일본 정부가 고치겠다는 의지를 조금도 보이지 않고 우리 정부도 "이번에는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갈등 관계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7일 파키스탄에서 한·일 외무장관 회담이 열리지만 돌파구는 없어 보인다. 이에 따라'정치·외교 전쟁'의 이면에서 현실적으로 영향이 가장 크게 미칠 부문은 경제협력과 문화교류부문이다. 이미 도요타자동차가 지난달 서울에서 신차 발표회를 무기연기한데 이어 다음달로 예정된 NHK교향악단의 한국 공연도 취소된 상태다. 앞서 농업?부품산업 부문에서의 이견으로 협상 진척에 애를 먹고 있는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정치·외교부문에서는 1차적으로 북핵 해결 과정에서 한·일간 공조 전선에 균열이,2차적으로는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과 맞물려 한·미동맹에도 일정수준 영향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