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복용하는 사이클이 '식후 30분'인 하루 세차례 정도에서 단 한번으로 바뀌고 있다. 하루 한차례 투여만으로 24시간 이상 약효가 지속되는 이른바 서방형(徐放型) 의약품이 부상,빠르게 기존 의약품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사노피-아벤티스 등 국내외 제약사들은 최근 잇따라 이런 서방형 의약품을 선보이며 시장 선점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서방형 의약품은 국내 시장에서 매년 16% 이상의 고성장을 거듭,올해엔 그 규모가 1천7백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에선 추정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인 사노피-아벤티스는 최근 하루 한 번 투여로 24시간 동안 혈당을 조절하는 당뇨병 치료제 '란투스'를 내놨다. 회사측은 란투스가 체내에서 인체의 인슐린과 유사한 성분을 지속적으로 방출해 24시간 동안 균일하게 혈당 조절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란투스는 올해 3백50억원대로 예상되는 국내 인슐린 주사제 시장의 10%가량을 점유할 것으로 회사는 내다봤다. 한국얀센은 하루 두 번 복용해야 했던 기존 치매 치료제 '레미닐'을 개선,한 번 복용으로 효과가 지속되는 '레미닐 피알씨'를 지난달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회사측은 레미닐 피알씨가 복용 후 곧바로 녹는 속방층,용해속도 조절막,천천히 녹는 서방층으로 구성돼 24시간 동안 약물을 방출한다고 설명했다. 회사측은 올해 레미닐 피알씨를 30억원가량 파는 한편 2006년까지 기존 레미닐을 모두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도 서방형 만성폐쇄성 폐질환(COPD) 치료제 '스피리바'를 선보였다. 스피리바는 하루 2∼4회 흡입하는 기존 제품과 달리 한 번 흡입으로 폐기능과 호흡 곤란을 효과적으로 개선시켜 주는 세계 최초의 제품이라고 회사측은 말했다. 스피리바는 올해 36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LG생명과학은 특히 한 번 복용으로 일주일 동안 약효가 지속되는 인간 성장호르몬제 'LB03002'의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LG생명과학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 허가를 받아 2008년께 LB03002를 발매한다는 계획이다. 회사측은 이 제품이 2010년께 세계 인간 성장호르몬제 시장의 10%가량을 점유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방형 의약품이 이처럼 인기를 끄는 것은 기존 제품보다 투여하는 횟수가 적어 잦은 복용으로 인한 환자들의 번거로움을 덜어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보다 적은 양으로도 기존 의약품을 여러 번 먹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어 부작용이 적고 가격도 싸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서방형 의약품은 그러나 체내에서 약물이 과량 방출될 가능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 길영식 박사는 "서방형 의약품은 투여할 때 약물에 손상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최근에는 안전성 향상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됨에 따라 체내에서 과량 방출되는 문제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고 밝혔다. 서방형 의약품은 1970년대 초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됐으며 국내 제약회사는 90년대부터 관련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