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섬업계 관계자들은 내년에는 2∼3개 대형업체들을 중심으로 업계의 구조가 개편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규모의 경제를 갖춰야 엄청난 속도로 증설을 거듭하는 중국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규모의 경제를 갖춘 기업이라도 계속 중국업체들과 같은 제품으로 경쟁한다면 승산은 없다. 품질은 비슷한데 가격은 중국 제품이 훨씬 싸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화섬산업의 위기를 먼저 맛본 일본의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지적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한국과 중국에 경쟁력을 빼앗긴 일본 섬유산업은 지난 10년간 '겨울의 시대'를 지냈다. 일본 업체들은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회사별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 그 결과 이제는 같은 제품을 만드는 회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유일한 공통점은 '중국에서 만드는 제품은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업체들이 가장 중점을 둔 분야는 산업자재.도요보는 폴리에스터 원사의 대부분을 타이어코드 중심의 고강력사에,나일론 원사는 에어백용으로 전환했다. 쿠라레이와 미쓰비시레이욘 등은 의류용 중에서도 누구도 개발한 적 없는 초차별화 소재로 특화해 수익성을 높였다. 데이진화이버는 폴리에스터 원사 생산능력을 40%로 축소하고 근로자의 60%를 감축하는 한편 전 공정을 자동화해 원가절감을 통한 수익성 증대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들 업체는 이같은 전략으로 지난해 대부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범용 화섬제품의 생산을 과감히 중단하고 차별화,고부가가치 원사에 집중한 결과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