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 동영상 반주기로 기사회생한 아이디어파크 양웅섭 사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지난달 20일 오후 아이디어파크의 양웅섭 대표(52)는 서울 역삼동 원경빌딩 4층 사무실에서 창밖을 내려다보다 그만 눈물을 주루룩 흘리고 말았다.
이날 다시 사무실을 연 것이다.
지난 반년여 동안의 고통이 한꺼번에 뇌리를 스쳐갔다.
휴대용 동영상 반주기 개발에 매달려오다 자금난에 봉착해 채권자들에게 얼마나 지독하게 시달렸던가.
직원들마저 다 떠난 사무실에서.
현재 그가 지고 있는 빚은 총 7억원. 은행채무 5억원과 납품대금 미지급금 2억원이다.
이 중 가장 힘겨운 부채는 납품대금 미지급금.
지난해 10월초 부품을 공급해주고 돈을 받지 못한 전자업체 사장은 "당신 때문에 부도가 나게 됐다"며 멱살을 잡고 찬비 내리는 청계산으로 그를 끌고 갔다.
이 바람에 온몸이 진흙투성이가 돼 다음날 아침에야 돌아올 수 있었다.
이 때부터 20명에 이르던 사원들이 하나 둘 사라져가고 지난 6개월 간 홀로 사무실을 지켜야 했다.
그나마 빚 독촉 때문에 사무실을 잠궈둔 채 피신하기 일쑤였다.
그런데도 양 대표는 이미 사표를 낸 박병용 기술고문의 집을 찾아가 계속 설득해 지난 5년 간 개발해오던 '휴대용 동영상DVD반주기'를 상품화하는데 힘을 쏟았다.
추운 겨울밤을 함께 지새며 반주기를 드디어 완성해냈다.
양 대표는 "이 반주기는 동영상을 갖춘 휴대용으로 세계 최초로 개발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제품이 개발되자 그는 정신없이 투자자를 찾아나섰다.
채무자를 피해가며 투자자를 쫓아다니다 뜻밖의 구세주를 만났다.
친지의 소개로 만난 투자자가 그의 사무실을 찾아와 개발된 제품을 보더니 선뜻 5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제안해온 것이다.
벼랑 끝에 매달려있던 그는 벼랑 위로 올라와 굳게 잠겨있던 역삼동 사무실을 다시 연 것이다.
이날 그는 눈물을 삼키며 이젠 결코 실패하지 않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도 한때는 잘나가는 기업인이었다.
새한전자의 임원으로 근무했던 그가 지난 98년 창업한 뒤 2002년 전화발신자 표시기를 개발해 월 4억원의 주문을 받을 때만 해도 그는 유망한 중소기업자였다.
하지만 곧 과당경쟁으로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빚 독촉을 받게 되자 그는 사무실을 유지하기 위해 2천원짜리 이상의 점심을 거의 먹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12월18일 어머니가 노환으로 돌아가셨을 때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빚에 너무 시달리다보니 어머니가 돌아가셨는 데도 이상하게 눈물이 나지 않았다"고 했다.
아이디어파크는 이 DVD반주기를 일본의 P사에 납품키로 하고 이미 제품검사를 마쳤다.
이 회사는 앞으로 반주기 회로기판(PCB)도 일본에 수출할 계획이다.
양 대표는 "올해 안에 밀린 빚을 다 갚고 부끄럽지 않게 어머니 산소를 찾아가 마음놓고 한번 울어야겠다"며 이를 악문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